오랜 시간 자연 그대로 발효시켜 빚은 전통식초 '인기'//용궁면 송암리 '초산정 한상준 대표'
오랜 시간 자연 그대로 발효시켜 빚은 전통식초 '인기'//용궁면 송암리 '초산정 한상준 대표'
  • 예천신문
  • 승인 2021.09.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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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학교와 협회 활동 등 우리나라 식초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세상은 점점 빠르고 편리한 것에 열광한다.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국이나 찌개가 만들어지는 제품이 넘쳐나고 전자렌지에 몇 분만 돌리면 따끈한 밥이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음식이 늦으면 불평을 쏟아내고 기업들은 더 빨리, 더 쉽게 만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한상준 대표는 "식초를 만드는 최고의 기술은 시간이다. 서서히 익어가는 하늘의 섭리, 느린 발효와 사람의 정성을 보태 좋은 식초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한상준 대표는 "식초를 만드는 최고의 기술은 시간이다. 서서히 익어가는 하늘의 섭리, 느린 발효와 사람의 정성을 보태 좋은 식초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휙휙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초산정 한상준 대표는 식초 하나 만드는 데 1년이 걸리고 3년이 걸리는데, 그게 너무 당연하다.
"식초는 발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아리를 땅에 묻고 그 시간을 기다립니다."

물론 마트에는 공장에서 며칠 만에 만들어낸 식초들이 넘쳐난다.
"그건 기술이 만들어낸 거죠. 농축액 몇 프로 섞고 주정 넣고 기계로 교반시켜 만드는 건 기술이 만들어내는 음식입니다."

기술 대신 자연이 식초를 만들어내던 과거 할머니의 방식이 초산정이 식초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물론 발효가 잘되게 하려면 사람이 그만큼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초산정 식초는 자연에 사람의 정성을 보태 만들어지는 거죠."
그런 전통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초산정의 '감향초'는 만드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감향초.
▲감향초.

"감향초는 발사믹 식초를 대체하는 제품입니다. 물도 넣지 않고 사과만 100% 발효시켜 만든 것인데, 밑은 좁고 위는 넓은 토기에 넣고 3년을 발효시켰습니다."
그런 노력과 정성 덕분인지 첨가물 하나 넣지 않고 발효시켰는데 샐러드 드레싱은 물론이고, 빵을 찍어 먹어도, 고기에 뿌려 먹어도 최고의 맛을 낸다. 호주에서는 '올해의 쉐프상'을 수상한 '피크 길모어' 쉐프가 발사믹 식초 대용으로 초산정의 '감향초'를 썼고,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미국으로 수출도 되었다.

'감향초'가 아닌 '오곡명초'처럼 음식에 넣어 맛을 더하는 조미료로 쓰는 식초는 사람에 따라 맛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대형 식초항아리가 땅에 묻힌 저장고에서 식초의 발효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한상준 대표./ 사진 제공 초산정.
 ▲대형 식초항아리가 땅에 묻힌 저장고에서 식초의 발효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한상준 대표./ 사진 제공 초산정.

"대기업제품엔 향이나 맛을 올리기 위한 인공첨가물이 들어가지만, 저희는 그런 것을 넣지 않다 보니 호불호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상준 대표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인공첨가물 대신 생강이나 다시마를 넣어 풍미를 더한 식초도 만들었다.

처음엔 몇 천 원하는 마트 식초와 비교하며 비싸다고 하던 사람들도 건강한 식초의 가치를 알아주면서 이제는 전국적으로 초산정의 식초가 인정받고 있다.
"사실 초반엔 발사믹 식초나 일본 흑초는 몇만 원, 몇십만 원이어도 사는 사람들이 우리 식초는 만 원이 넘는다고 비싸다고 안 샀습니다. 그때 우리나라는 식초가 아직 문화로 자리 잡지 못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전통식초를 체험하기위해 초산정을 방문한 내외국인들.
 ▲우리 전통식초를 체험하기위해 초산정을 방문한 내외국인들.

그 후 한상준 대표는 식초학교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식초 만드는 법을 꾸준히 알려왔고, 한국전통식초협회도 만들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땐 전통 방식으로 식초를 만드는 업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은 저한테서 배우신 분들이 전국에 업체만 40~50군데가 넘습니다. 주변에서는 경쟁자를 만드는 거라며 말리시기도 하는데 저는 이런 식초를 만드는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식초를 만들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식초를 먹고 즐기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식초의 음식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한상준 대표. 그래서 오늘도 식초만 생각하며 노력
한다는 그의 모습을 보니 식초가 음식문화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빛을 발하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제품구입: 054-653-6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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