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얼이 숨쉬는 예천박물관 "테마 박물관으로 거듭나야"
문화와 얼이 숨쉬는 예천박물관 "테마 박물관으로 거듭나야"
  • 예천신문
  • 승인 2021.10.0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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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준 시인 ·예천읍 출생/ 논설위원/ 용인 새마을대학 교학처장
◇ 이기준 시인 
·예천읍 출생
/ 논설위원
/ 용인 새마을대학교학처장

예천군립박물관은 우리 지역 선조들의 얼과 땀이 서려있는 값비싼 각종 유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곳으로 감천면 복골길150번지에 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찾아와 자연을 감상하며 쉬어갔다는 수락대가 의연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바위에 부서지는 계곡물소리는 청아한 바람소리와 어울려 별천지처럼 아름답다.

바로 이곳에 예천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구석기 주먹도끼와 망치돌을 비롯하여 청동기 돌칼과 신라시대 굽다리접시 토기들이 우리지역의 역사가 만만치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기축명(己丑銘)청동범종, 사시찬요, 대동운부군옥 목판, 거문고 및 청단놀음 지연광대 탈 등이 전시돼 있어 문화를 사랑하고 학문을 숭상했던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었다.
이 유물 하나하나가 이 지역에 뿌리박고 살아온 선조들의 지난했던 삶과 때로는 파격적인 웃음 속에서 한 세상을 살아왔던 발자취를 보는 느낌이었다.

전체를 돌아보니 군립박물관 수준으로는 생각보다 값진 유물을 많이 전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 좀 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유물들 중 지역의 각 문중에서 애장하고 있던 것들이 많았는데 대승적 차원에서 기증한 것으로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군수도 직접 나서 각 문중에서 보관중인 보물들을 기증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문중이나 개인들이 선조들의 유물을 애지중지 해봐야 2~4대 내려가면 분실 및 유실되기 십상이다.
이는 선조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과 같은 것이니 영구보존 가능하고 빛난 유물을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는 것은 그 선조를 빛내는 것과 같다.

누구든지 어떤 유품이든지 기증하면 학예사의 판단에 따라 처리과정을 거쳐 잘 보존될 것이고 그 선조들이 말하고자 한 바를 널리 알리는 길이니 후손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일본에 가보면 우리나라 백제나 고려시대 유물들이 잘 보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사찰 수장고에다 지킴이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한다.
이제 멋진 박물관을 소유하게 되었으니 운영의 묘에 관해 한 마디 한다면 테마 전시를 활성화하여 특성 있는 박물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즉 예천만이 가진 특성을 살려 서지학 전시실, 다식판 전시실, 불교유물 전시실, 탈 전시실 및 토기전시실 등을 운영하다든지, 아니면 특정한 분야 유물을 집중적으로 수집하여 상설 테마 전시로 특성화를 기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시도는 쉽지는 않겠지만 전체 군민들이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설득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한 가지 제안한다면 '사시찬요(四時纂要)'는 태종 때 계미년 금속활자로 국보급 농서인데 농업기술, 작물재배 및 가축사육 등에 관해 한, 중, 일의 농업기본서이다. 이를 바탕으로 농업, 작물, 가축사육에 관해 스토리텔링, 그림 또는 스크린으로 테마화하여 그 당시 농업에 관한 실정을 보여주는 것도 훌륭한 전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또한 국보급 자료를 기증한 의성김씨 문중에 대한 보답도 될 것이다.

예천박물관은 어린이 및 성년들이 놀고 휴식을 취하기에 뛰어난 주위 자연경관과 훌륭한 시설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와 심신의 자양분을 얻고 가는 계기가 될 시설이기에 방문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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