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정신문화의 기수(騎手)가 되어라!
예천, 정신문화의 기수(騎手)가 되어라!
  • 예천신문
  • 승인 2021.11.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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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포 정탁 495주기 기념행사의 광산김씨 한시(漢詩) 해설을 듣고
         ◇ 이기준 시인            ·예천읍 출생            ·논설위원            ·용인 새마을대학 교학처장
  ◇ 이기준 시인 
·예천읍 출생 
·논설위원 
·용인 새마을대학 교학처장

오늘날의 세상은 무한 변화와 무한 발전의 궤도 위에 올라선 기차와 같아서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그 누구도 내일의 일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그에 따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사회제도나 가족제도는 해체되는 위기 속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부모·자식 간의 천륜은 벗어날 수 없고 오히려 가족 간의 정리(情理)는 이 혼탁한 세상을 헤쳐가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하겠다.

이번 '정간공 약포 정탁 선생 탄생 495주기'를 맞이하여 충효의 고장 예천군에서 약포 선생을 기리어 충의 예천 표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뜻깊은 행사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학술행사로 '여주이씨 용궁 무이리 광산김씨 한시 정감' 발표회는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 불리는 예천, 안동지역 정신문화의 표상이며 자부심을 품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부인의 한시가 우리의 정서에 맞는 슬픔과 고독을 잘 나타내고 있으면서도 절제 있는 표현으로 찬찬히 읽어보면 가슴 깊이 닿는 한시라고 할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사실적이며 따뜻하게 노래하고 있다. 

광산김씨의 한시는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가 한문학자 이원걸 박사가 안동지역 여류한문 시인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알려지게 되었다.

조선말 황난선이라는 문장가가 김씨 부인의 시를 평하길 "허난설헌의 시는 신선이 되고 허황한 곳을 찾아다니는 부류의 시이나, 김씨 부인의 시는 인삼, 복령, 차조와 같아서 세상의 쓰임에 적용되는 것이다"라고 평하였다.

48수 중 2편 정도를 소개하면

'서로 헤어진 지 얼마인지/ 석 달이 지났네요/ 성에는 차가운 해 저무니/ 행여 용궁의 그분이 오시려나' 또 한편 '청명절에 널 떠나보내니 문밖엔 살구꽃이 활짝 피었구나/ 오늘 아침 이렇게 슬프지만/ 후일 다시 돌아올 날 있으리'

이처럼 고상한 품격과 따스한 정감이 넘친다.

특히 형제간의 우의와 남편과의 애정이 절절히 넘친다. 숨 막힐 듯 엄격한 유교문화 속의 조선시대에 그나마 이런 인간적인 시정이 넘치는 여류 한시 인이 있었다는 것은 예천의 자랑이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국문학과 한문학에 큰 발자국을 남기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없는 것도 만들어 가는 오늘날 이렇게 좋은 문화유산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잘 살려 오늘의 삶의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주이씨 후손들이 이 시편들의 가치를 알고 남편의 시집에 싣고 잘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제 우리 예천에서는 먼저 김씨 부인의 한시를 정신문화의 표상으로 빛내고자 한다면, 허난설헌 문학관이나 매창공원 그리고 뮤지컬, 연극, 애니메이션, 만화 등으로 그 가족애와 자연 친화적인 정감을 살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물질문화가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도 인간의 내면 깊이 잠재해 있는 이성의 울림을 얻지 못한다면 허황한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다.


이 한시의 뜻을 음미하며 모든 군민이 공감하고 자신의 마음을 닦는 거울로 비춰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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