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삶이 나야져야 한다는 공직자로서의 책임감 느껴///호명면행정복지센터 권석진 면장
주민의 삶이 나야져야 한다는 공직자로서의 책임감 느껴///호명면행정복지센터 권석진 면장
  • 전동재
  • 승인 2022.06.0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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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들에게 주민은 섬김의 대상이며 서류를 떼는 작은 일을 해도 정성을 다하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주민들 역시 직원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상호 존중이 정말 중요합니다."
▲권석진 면장이 직원들에게 제일 강조하는 것은 친절이다.
▲권석진 면장이 직원들에게 제일 강조하는 것은 친절이다.

"아들들이 공무원 시험을 안 보는 이유가 일만 하는 공무원 아빠기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라고 했습니다. 충격이었고 미안했습니다. 가족으로서 함께 한 추억, 시간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습니다."

권석진 호명면장은 그렇게 30년의 공직생활 동안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 돌아볼 여유도 없을 만큼 정신없이 일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퇴나 결근을 한 적이 없습니다. 감기약, 위장약, 두통약, 몸살약을 아프지 않아도 미리 처방해두고,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먹어가면서 일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이 크지만, 권석진 면장에게 공직의 무게는 남달랐다.

"공직은 책임과 의무의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직업입니다. 받는 인건비의 근원이 완전히 다릅니다. 들에서 고추 따고 김매고 땡볕에서 감자 캐는 사람들의 노동력, 그 사람들이 그렇게 번 돈으로 낸 세금에서 나오는 건데, 제가 근무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그분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죄 짓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권석진 면장은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제안하면서 개선해 나가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런 일 중 회룡포 뿅뿅다리 놓기,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 효자면과 은풍면의 지명 바꾸기 등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는 농촌 총각의 미래가 없으면 농촌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기획했지만, 인정을 받기까지 2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또 지명 바꾸기는 이름만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일제강점기 때 관리를 위해 편의상 나눈 상, 하리면에서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고려한 효자면, 은풍면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고 공감을 얻으며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예천 하면 딱 떠오르는 확실한 소득원을 개발하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물론 자치단체의 작은 공무원 하나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예천이 지속 가능하려면 상주 참외, 청송 사과처럼 양이나 질에서 전국적으로 압도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퇴직을 몇 년 남기지 않았지만 호명면장으로 부임한 3년 역시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어 본 날이 없다.

"열심히 일하는 건 나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지 누군가에게 잘 보이거나 평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직원들도 보고 느끼면 되지 제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친절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엄격하다.

"주민들이 장화를 신고 오든 작업복을 입고 오든 기분 좋게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주민은 섬김의 대상이며 서류를 떼는 작은 일을 해도 정성을 다하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주민들 역시 직원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경우엔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상호 존중이 정말 중요합니다."

권석진 면장은 공무원이 행복해야 행복한 마음으로 군민을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직원들이 처음 발령받고 출근하면 면장 자리에 앉혀서 20년 후 면장이 될 사람이라고 기념사진을 찍어줍니다. 또 연말엔 대놓고 직원들에게 뇌물을 주기도 합니다."
 

권 면장이 직원들에게 준 뇌물(선물)
권 면장이 직원들에게 준 뇌물(선물)

권석진 면장이 직접 마련한 작은 선물엔 동업자가 주는 뇌물이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다.

"작은 거지만 이런 일이 공직을 생각하는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고 행동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것만 해도 행복합니다."

뇌물을 주고 행복해하는 권석진 면장의 모습이 오랫동안 나에게도 기분 좋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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