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번호: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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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천신문
  • 승인 1999.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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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 : 엄마, 나예요
호수번호 : 6309
내용 : 엄마 다녀가신 길에서
얹힌 가슴처럼 저리 먹먹한 눈발들이 스러져 내려요
나보고 잘 지내라며
끼니 때 꼬박꼬박 챙겨 먹고
날 추워오니 밤에는 기름 아끼지 말고
보일러 올려놓고
아침저녁 학교 길 춥다, 장갑, 목도리하고 알았지, 라며
아직도 어리게만 보이는 딸의 손을 쥐었다 놓으며
구석구석 말 챙겨 주시던 엄마
나, 어린애 아닌데 엄마 속 모를까봐
사십 중반을 넘어서는 뒷모습이 헐거워만 보였어요
그 헐거워진 자리가 나 아니였나요
어쩌나요 나 이리도 컸는데
아직도 배밀이 하는 젖먹이 어린것을
가슴속에 키우고 계실 엄마
알아요, 알아, 고생고생 하시던 시절
젖 한 번 제대로 물려주지 못하고 자란 내가
아직도 그 자리가 아프시다는 말, 하시지 않으셔도
나 알고 있어요
허지만 다는 모를 거예요
내가 시집가서 애 낳아 키워 보면
그 심정 반쯤이나 알까
어째요 엄마, 나 시집 가 버리면
그때를 생각하면 미리 가슴이 먹먹해져 와요
내 작은 가슴으로
엄마 눈물을 어디다 다 담아요
지금쯤 수안보를 지나 이화령 고갯길을 넘고 계실
엄마가 보여요 내 가슴으로
아빠 옆자리에서 몰래 찍어내는 엄마 눈물 보여요
엄마 길에도 눈이 내리고 있겠네요
아, 진눈깨비 진눈깨비가 내린다면
엄마 떠나 보내는 이 딸의 눈물일 거예요
저 눈 녹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거기 엄마 남겨 놓은 발자국들이
내 곁에서 고스란히 겨울을 나게요
나 오늘밤 엄마 해주신 솜이불 덮고
엄마 품속에서
저 겨울들이 오는 소리들을 듣고 싶어요
엄마, 나 엄마 그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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