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처한 누군가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됐으면…"//예천소방서 김 난 희 서장
"위험에 처한 누군가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됐으면…"//예천소방서 김 난 희 서장
  • 전동재
  • 승인 2022.09.14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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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베테랑, 1급 응급구조사 1기 출신
어떤 사고든 119가 제일 먼저 출동
목숨 걸고 돕지만, 소방대원도 보통사람
이 직업 선택한 것 자체가 큰 보람
▲체력단련을 위해 평소에도 서서 근무하는 김난희 예천소방서장.

엄마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위기 상황이 닥치면 제일 먼저 119를 떠올린다. 아프거나 불이 나면 당연하고, 사고가 나면 그게 어떤 사고든 119가 먼저다.

"119는 업무의 범위가 계속 확장됐습니다. 화재진압뿐 아니라 육상의 모든 재난 현장에 119가 갑니다. 이렇게 조직이 크게 확장되면서 신뢰성을 가진 조직이 또 있을까요? 저는 이런 조직에 몸담은 한 명이라는 게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김난희 예천소방서장은 소방서 근무 30년이 되어가는 베테랑으로, 1급 응급구조사 1기 출신이다. 구급대원과 구조대원, 상황관리실 팀장과 특수구조단장, 정책부서까지 고르게 거쳤다.

"응급구조사는 전문자격을 갖춘 사람을 구급차에 탑승시키자는 취지에서 1994년 경북에서 처음 뽑았습니다. 간호사 경력 2년 이상인 대원 중 시험을 봐서 뽑았는데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구급대원의 현장 처치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동안 병원 내에서만 가능했던 처치가 사고 현장에서 가능해졌고 구급대원들은 사고현장에서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처치를 하고 환자들을 각 병원으로 분산 이송한다.

"현장처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빨리 병원에 가면 살 것 같지만, 심정지 환자들은 5분 안에 처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차는 움직여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처치해야 합니다."

현장처치가 가능해지면서 한때 2%에 불과하던 심정지 환자 소생률이 15% 이상으로 올라갔다.

"상황관리실은 오랜 시간 했던 현장근무가 도움이 됐습니다. 신고 접수를 받을 때 현장 상황이 그려지면서 출동하는 대원에게 더 많은 정보와 방법을 전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상황관리실 대원들도 몸만 안 움직이지 머리는 현장에 나간 것과 똑같이 움직입니다."

김난희 서장은 신고하는 사람들에게도 요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외로 신고하는 분들이 묻는 말에 답을 안 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합니다. 어딥니까? 옆에 사람이 있습니까? 숨을 쉽니까? 등 묻는 말에 대답해야 출동하는 대원들이 현장 도착 전에 준비하고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무조건 빨리 와라, 이런 말만 반복하면 오히려 대응이 늦어집니다."

화재 현장에, 무너져 내린 건물 속으로, 폭우로 불어난 물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구조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소방대원들을 강철 같은 힘을 지닌 슈퍼맨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목숨 걸고 용감하게 다른 사람을 돕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보통의 사람이다.

"소방대원들이 감성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사고 현장을 보는 시각이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났지, 하며 분석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봅니다. 사람이 얼마나 다쳤고 위급한지."

그러다 보니 직업적으로 감성적이게 되는 부분이 많은데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동료가 도와줄 거라는 믿음이 없으면 들어가기 어려울 만큼 현장은 위험하고 실제로 동료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긴다.

"큰 사고 현장 같은 경우는 몇 달씩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대원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무척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을 넘기게 한 것 역시 함께 하는 동료이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마음이었다.

"저는 이 직업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보람입니다. 이 제복은 입는 순간 용기를 줍니다. 사복 입으면 못 들어갈 곳도 들어갈 용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누군가에게는 이 오렌지 색 제복이 한 줄기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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