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마시는 행위를 넘어선 종합예술//예천읍 '예다원' 이 재 은 원장
'차'는 마시는 행위를 넘어선 종합예술//예천읍 '예다원' 이 재 은 원장
  • 전동재
  • 승인 2022.09.23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미하며 자신을 인식하는 게 차
아이들 대상 차 수업 계속할 터
차를 알려면 다양한 분야 공부해야
▲차를 마시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오랫동안 차를 즐기고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는 이재은 원장

이재은 원장이 예천에서 '예다원'을 열자 사람들은 당연히 차를 파는 찻집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올라와 차를 팔라는 사람도 있었고 찻집인 줄 알고 전화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차를 팔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이런 공간이 왜 필요하냐고 가족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재은 원장은 예다원에서 '차 친구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차를 공부하고 가르쳤다.

"이곳은 아내나 엄마가 아닌 저 자신이 되고 싶을 때 오는 공간입니다. 차를 마시면서 맛을 음미하고 목으로 따뜻하게 넘어가는 것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나를 인식하는 것, 그래서 옛 어른들은 '차'를 도라고 했습니다."

차는 물이나 술처럼 벌컥벌컥 마시지 않는다. 차를 눈으로 먼저 보고 찻잔을 들어 올려 향을 맡은 다음 맛을 음미하며 마시고, 그런 과정에 있는 자신을 느끼고 생각하는 과정을 천천히 진행한다.

"또 차는 단순하게 마시는 행위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종합예술입이다. 도대체 차가 뭐 그렇게 공부할 게 많고 아직도 공부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는데, 차를 알려면 옛것을 알아야 하니 한문도 알아야 하고, 역사도 알아야 합니다. 철학도 공부하고 찻 자리에 나오는 꽃, 한복, 음식, 그림, 도자기 등등 공부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이런 모든 것을 공부하고 즐기면서 차려낸 찻자리는 그야말로 정말 예술입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음악처럼 찻자리도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

"보리차, 쌍화차처럼 '차'라는 말이 음료의 통칭처럼 되었지만 원래 차는 차나무의 어린 새싹을 따서 만들어 먹는 것을 말합니다. 차는 보통의 음료와 다릅니다. 물론 종류에 따라 다양한 맛이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담담합니다. 그래서 최고의 차를 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물은 아니지만 그만큼 담백하다는 말이죠."

하지만 처음부터 맑고 깨끗하고 담백한 차의 맛에 끌리는 것은 아니다.

"많이 접하지 않은 분들은 그런 차를 드리면 이게 뭐야? 합니다. 이게 세상사와 같아서 처음부터 그런 것에는 끌릴 수가 없습니다. 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엔 많은 것을 좋아합니다. 아파트 생각하면 비슷합니다. 큰 집 찾듯이 늘려가는 것에 정신이 팔리다 그 다음엔 화려한 것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다 그 허무함을 알고 나면 맑고 깨끗한 거에 끌리는 겁니다."

그래서 이재은 원장은 '찻자리'만 봐도, 차를 마시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오랫동안 차를 즐기고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차는 마시는 순서, 내리는 순서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기물도 쓰임새가 다 정해져 있고 차를 마시는 예절도 중요하지만 이런 걸 너무 강조하다 보면 젊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차를 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재은 원장은 조금 더 여유를 둔다.

"아이들에게도 차를 마셔보는 경험을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수업은 하려고 합니다. 언제가 어른이 되어서 차를 다시 마시는 순간, 그 기억이 연결되고 좋은 느낌이 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좋은 것을 보고 경험하면 생각과 행동도 조금씩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요?"

끝으로 이재은 원장은 자신과 오랜 시간 함께 차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예원회의 권옥매 회장, 예다회의 정해숙 회장, 성심회의 김미순 회장, 예인회의 김은숙 회장, 힐링다도회 김경순 회장과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모든 회원분들, 그리고 이윤정, 손용매, 윤혜정 제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