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미국으로 예천 쌀을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3백 톤 정도 했습니다. 우일음료 권중천 회장님이 미국에서 운영 중인 H마트로 보냈습니다. 제가 스타트를 끊었는데 다음 해 수출은 조금 더 시설이 크고 규모가 있는 곳에서 맡아야 한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 수출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곰팡이가 슬고 불량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풍국정미소가 아니면 거래 안 한다는 소리까지 나와 다시 수출을 하게 됐는데 22년에 팔백에서 천 톤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예천쌀 수출에 앞장서며 예천쌀의 이름을 해외까지 알리고 있는 풍국정미소 전경식 사장이 정미소 일을 시작한 지는 20년이 되어가지만, 이곳 풍양에 자리를 잡은 건 6년 정도 되어간다.
"이곳으로 옮길 때, 어르신이 하던 게 부도가 나고 6백만 원 들고, 대출받고 빚져가며 다시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커가는데 손 빨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했다.
"거래처가 대구에 많이 있습니다. 처음 1년은 하루 한 번은 대구에 간 것 같아요. 길바닥에서 정말 많이 잤고 사고 날 뻔한 위험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매일 대구를 다니며 조금씩 신뢰를 쌓아갔다.
"거래처 사장님들이 저를 성실하게 보셨고, 제가 쌀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조금씩 신뢰가 쌓였습니다. 더러 이윤을 높이기 위해 묵은 쌀을 섞는 곳도 있는데 저는 그런 작업은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조금 덜 남겨도 제가 더 많이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경식 사장이 대구를 오가며 판매처를 찾으려고 할 즈음에는, 예천 쌀을 알아주는 곳이 거의 없었다.
"그때만 해도 예천 쌀이 급이 낮은 취급을 받았습니다. 거래처를 다녀보니 쌀을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 게 훨씬 가격도 잘 받고 알아주는데 예천은 품종 구분 없이 섞어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경식 사장은 그때부터 예천쌀을 '일품쌀' 동일품종으로 통일하기 시작했고, 적극 홍보를 하고 다닌 덕분에 이제는 대구에서 예천쌀이 30% 이상 점유하고 있다고 자신할 만큼 알아주게 되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수출도 그 전에는 경남에서 하던 것을 우리가 가져온 건데 크게 이윤을 많이 남기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홍보를 위해서 해보자고 했고,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천 쌀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국내시장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진행했습니다. 올해에도 60컨테이너(천 톤) 정도의 주문을 받아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제는 수출 물량을 빼고도 2021년 매출이 1백20억, 2022년 1백40억 이상을 올릴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전경식 사장은 여전히 큰 거래처는 직접 쌀을 싣고 다닌다.
"제가 직접 싣고 가서 내리고 확인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 쌀은 얼마나 들어왔는지 확인도 하고, 어떤 쌀이 좋은지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다보면 믿음도 더 생기고 쌀을 더 사주기도 합니다."
예천을 대표하는 농산물에 예천 '일품쌀'도 당당히 이름으로 올릴 수 있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정직하게 농사짓는 농부들의 땀이 다른 누군가의 노력으로 빛을 더하게 되는 순간이다.
작년 매출 1백40억 이상, 큰 거래처는 여전히 직접 싣고 다녀 … 올해 수출 1천 톤 선주문 받아놓은 상태
저작권자 © 예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