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가족들 위해 요리, '속 편한 게 좋은 음식'//경북도청 신도시 '보문정 우경아 대표'
어릴 때부터 가족들 위해 요리, '속 편한 게 좋은 음식'//경북도청 신도시 '보문정 우경아 대표'
  • 전동재
  • 승인 2023.01.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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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상공인경진대회 대상(장관상) 수상 … 주위에선 대장금 드라마 주인공 빗대어 '우금이'로 불러
▲요리를 만들 때 천연조미료와 효소를 많이 활용하는 우경아 대표.

"음식은 어려서부터 저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친정어머니가 요리를 무척 잘하셨지만, 형편이 아주 어려워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밥을 해먹으며 학교에 다녔어요. 동생들도 돌보고... 그런데 학교 끝나고 밭 매는 건 싫어도 밥 하는 건 싫지 않았어요."

저녁을 차리고 나서도 일하고 오신 아버지 간식으로 꽈배기를 만들어 드리고 싶어 부엌으로 달려가 조몰락거릴 만큼 보문정 우경아 대표는 어려서부터 음식이 좋았다.

"음식은 먹고 나서 속이 편해야 해요. 저도 먹고 나서 가스가 차거나 소화가 안 되면 그 집엔 다시 가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천연조미료와 효소를 많이 활용합니다."

과일이나 야채로 만든 주스나 효소를 요리에 이용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예전에 산 근처에 농장이 있었는데 봄이면 냉이며 두릅 명이 매실 등 반찬거리가 넘쳐났어요. 약초 같은 것도 있고... 그걸로 장아찌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워낙 손이 크다 보니 한 해에 다 못 먹고 남았습니다. 그것들이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맛있어지고 부드러워지면서 음식에 활용해보니 아주 좋더라구요."

평소 식당에서 만들던 음식을 활용한 요리로 지난해에는 소상공인경진대회에서 대상(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받았고 주위에서 드라마 장금이 주인공에 빗대어 '우금이'라고 부를 만큼 음식이라면 자신 있는 우경아 대표의 모습은 꽃길만 걸어온 성공한 사장의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생살이는 우경아 대표가 만드는 속 편한 음식처럼 편안하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결혼하고 지보면에서 1층엔 주점하고 2층에 식당을 같이 했는데 큰 불이 나서 전부 태워먹었습니다. 그래도 힘들게 대출받고 돈을 빌려 억지로 건물을 다시 짓고 6년을 거의 쪽잠만 자면서 장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예천읍에 나와 고깃집을 했습니다. 그런데 예천에 나와 1년 2개월 만에 또 불이 나서 몽땅 탔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돈을 잘 벌 때에는 밥 먹자, 차 마시자 들락거리던 사람들도 라면 하나같이 먹자 소리 안 했고, 고깃집에 불이 났을 땐 불구경 하며 고기 탄다, 고기 먹으러 가자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꼭 다시 일어서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 덕분에 더 열심히 살았는지도 모르죠."

경북도청에 앞에 자리를 잡고 더는 고난이 없을 것 같았는데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재앙은 우경아 대표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기는 관공서 앞이라서 더 직격탄을 맞았어요. 저로서는 지난 3년간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잃었습니다."

설마설마 하던 게 3년이나 걸렸지만, 우경아 대표는 함께 일하던 직원을 한 명도 자르지 않았다.

"저 사람들도 다 먹고 살려고 나오는 건데 저 힘들다고 나가라고 할 수가 없더라구요."

손님들이 다시 식당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인데 우경아 대표는 씩씩하다.

"저는 힘들 때마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 많으니 힘들다 생각하지 말자,라며 버텨왔습니다."

고깃집에 불이 난 후 다시 장사를 시작하면서 우경아 대표는 남편과 함께 수익의 10%는 봉사하는데 쓰자고 약속했고 지금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기쁜 마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매년 장애인들 3백여 명에게 불고기를 대접했는데 첫해에, 다리가 없어서 기어서 들어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나가시면서 제 손을 잡고 이렇게 불고기를 마음껏 먹어 본 게 평생 처음이라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순간이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모든 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 어떤 어려움도 우경아 대표의 승리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만드는 속편한 음식처럼 속편한 날이 오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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