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립 박서보미술관 건립 사업 '백지화 수순 밟나'
군립 박서보미술관 건립 사업 '백지화 수순 밟나'
  • 예천신문
  • 승인 2023.03.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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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설계 수의계약 불가, 건축법상 설계비 상한선이 발목
지난 14일 제주도에 박서보미술관(가칭) 기공식, '박 화백 참석'
▲예천군은 지난 2020년 8월 28일 '박서보미술관 건립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예천군은 지난 2020년 8월 28일 '박서보미술관 건립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예천군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군립 박서보미술관 건립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사업비만 2백55억 원에 이르는 박서보미술관은 2025년 7월 개관을 목표로 예천읍 남산공원 내 지상 3층 건축 연면적 4천1백65㎡ 규모로 건립이 추진돼 왔다.

김학동 군수는 지난해 11월, 2023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에서도 남산공원 명품화 사업을 통해 인근 한천, 개심사지 오층석탑공원, 예누리길 등을 명품 관광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박서보미술관을 건립해 예천 관광의 허브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미술관 건립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14일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 JW 메리어트 리조트&스파에서 '박서보미술관'(가칭) 기공식이 열리면서 예천군의 미술관 건립은 자연스럽게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사업비 2백55억 원을 확보하고도 미술관 건립이 난관에 봉착한 것은 공공건축물의 설계는 수의계약이 아닌 공모 방식이어야 하고 설계비에 상한선을 지켜야 하는 관련법 때문이다.

예천군은 지난 2020년 8월, 은풍면 출신의 한국 단색화 거장인 박서보 화백 측과 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당시 박 화백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 피터 줌터의 미술관 설계를 원했다. 이에 따라 예천군은 피터 줌터에게 여러 차례 의사를 타진했으나 수의계약이 아닌 공모방식으로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관련법에 따른 설계비 상한선이 12억 원에 그친 것도 예천군이 운신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킨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학동 군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군민 모금을 통한 수의계약이나 박서보 화백을 설득해 다른 유명 건축가의 설계로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복안을 밝혔지만, 설계 공모와 예산제한 등 공공기관의 건축물 관련법을 뛰어 넘을 뾰족한 대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주민 전모(53) 씨는 "단색 추상화의 대가인 박서보 화백의 작품뿐만 아니라 건축물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 될 미술관 건립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안 좋은 소식을 듣고 보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 박물관 건립 기공식에 참석한 박서보 화백은 한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 건축가인 피터 줌터가 짓길 원했는데 공모 절차가 필수라고 하고, 줌터 측은 공모 절차 밟기를 거절했다. 거의 포기 상태"라면서도 "예천에 지으려던 미술관과 이것은 별개의 프로젝트"라고 선을 그어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예천군은 조만간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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