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집중을 성장 원동력으로
고시집중을 성장 원동력으로
  • 예천신문
  • 승인 2002.01.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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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훈 박사
우리나라의 경제는 현재 둔화되고 취업희망자들이 도처에 넘치고 있는 가운데 고학력 졸업자의 경우 매우 우려할 지경에 처해 있다.

정부는 인턴제, 공공취로사업, 보조금 지급 등 여러 가지 실업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임시방편정책으로는 고학력 실업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근본적으로 고학력 취업자들의 기대가 무엇인가를 먼저 살펴 찾아야할 것이다. 효율적인 정부정책이란 당사자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자발적으로 자기 직업에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정책인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문제해결을 위해 멀리 헤맬 필요가 없다. 그것은 고시를 향한 고학력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면 된다. 이제는 고시열기를 경제성장과 실업대책의 중추로 만들어 가야할 때이다.

한국인은 일찍부터 말 잘하는 민족이었기 때문에 변호의 중요성이 널리 대중화되어 왔다. 고려시대 거란의 80만 대군이 침공하였을 때, 서희는 탁월한 변론술로 이들을 물리치고 강동 6주도 회복하는 쾌거를 이루었던 것이다. 국제소송 2천년사에서 획기적인 대역사를 이룬 서희는 문과 급제 출신이었다. 서희와 같이 한국인은 고시를 통하여 타인을 변호하는 마음을 고귀하게 여기고 있다.

실업문제가 터지면 으레 제조업 중심의 고용대책이 강구되어 왔다. 그러나 변호사 등 소위 사자 돌림의 자유직업과 서비스업의 확대는 상당히 소홀히 대해왔다. 세계화, 서비스산업화를 부르짖으면서도 아직도 일부에서 쇄국식 정책이 옹호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독특한 문화인 고시열풍을 정부는 억누르는데 급급했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사시의 경우 최근에야 겨우 천명 가깝게 선발되고 있다.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에 지원하는 총인구는 십여만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시험방식이 합격을 시키기 위한 포지티브(positive)시스템이 아니라, 떨어뜨리기 위한 네거티브(negative)시스템을 사수하고 있음에 따라 출중한 인재들이 고시합격이라는 사령장을 받기 위하여 장구한 세월을 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적 정부가 들어선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이들 각 협회의 네거티브시스템 고수로 말미암아 자격증 소지자는 기껏해야 5천여명 안팎에 불과하다.

시대는 또한 고부가가치산업을 선호하고 있다. 변호사는 돈이 되는 산업이니 고시열풍이 부는 것이 순리라 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변호사는 상위 소득계층에 속해 있다. 변호사협회에서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변호사산업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업들이 수익이 많이 나는 신상품 개발이 힘을 쏟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학력 졸업자들도 변호사가 안정되고 급여가 많은 직업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들이 큰 소송에서 수십억대 혹은 수백억대의 변론비를 받는다는 것은 변호사산업이 제조업보다 더 효과적인 분야라는 입증이다. 인기 있는 사업에 공급이 증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진입을 막아 독과점이윤을 누리도록 방치할 때 사회적 후생의 손실은 실로 엄청나게 된다. 그러나, 기존 변호사관련조직들의 역풍 또한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변호사조직들이 고고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소수 정예가 불가피하다며 독점공간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 고시에 목매고 있는 수많은 지원자들의 능력 낭비는 연장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매년 변호사를 대량 생산하면서 전세계변호사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변호사들이 해외진출로 막대한 외화를 벌이들이고 미국경제 번영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 혈세로 세운 정부는 막힌 데를 뚫어주고 굽은 곳을 펴 주는 올바른 정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고학력 졸업자들이 열망하고 있는 각종 고시의 합격자를 양산하여 현안의 실업문제도 해결하고 경제성장도 확대하는 일석이조의 윈윈게임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곧바로 실행해주길 기대해 본다.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한국재정정책학회 이사, 예천읍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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