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송월리 월감' 이젠 꿈에서나 가보겠지
'내 고향 송월리 월감' 이젠 꿈에서나 가보겠지
  • 예천신문
  • 승인 2005.01.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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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이라고 시작하는 노래가 자꾸 생각난다.
감나무가 많고 유난히 큰바위가 많은 하리면 송월리 월감.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많은 나의 손길들이 서려있는 고향. 어떨 때는 지독한 가난과 배고픔에서 벗어나고픈 간절한 소망, 배움과 젊음의 열정으로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했던 나의 고향. 그 고향이 이제 다시는 갈 수도 볼 수도 없게 된다고 한다. 양수발전소로 인하여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이제는 나의 머리 한구석에 아련한 추억으로만 되새김질 될 그리운 내 고향 월감.
여러 지역에서 시집오셔서 이름대신 불러주고 불리우던 택호 맛질댁, 풍산댁, 개포댁, 하동댁, 본동댁, 새별댁, 어동댁, 새말댁. 이 외에도 여러분들이 계셨지만 다 생각나지는 않는다.
우리 동네는 이웃간에 별나게 정이 두터웠고, 어지간하면 아재, 아지매로 부르면서 동내 전체가 친척인양 가까이 지내며 살아온 고향이다.
집집마다 여러 남매 키우시고 가르쳐 각 분야에 자리 잡게 하시는 동안 그 어른들은 이제 너무 늙으셨다. 그 분들이 한평생 살아온 정든 고향땅을 떠나 어디론가 터전을 다시 마련하셔야 되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싶다.
한편 생각해 보면 한평생 흙과 싸우셨는데 이젠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편하게 사실 때도 된 것 같기도 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그 고향 어르신들 한분 한분 뵙고 인사라도 드렸어야 마땅했다.
너무 늦어버려 이렇게 신문지면을 통해서나마 아쉬움과 감사함과 그리움을 전해 본다. 그 분들 모두 어디로 가시든지 한평생 가족처럼 지낸 송월리 월감 주민들을 잊지 마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한다.
`해마다 정월이면 도랑 이쪽 저쪽으로 편을 갈라 윷놀이 하며 맛있는 음식 나누어 먹던 그 추억도 이젠 꿈에서나 다시 가 볼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적셔진다.
그동안 삶이 버겁고 힘에 겨워 그리고 먹기 살기에만 너무 바빠서 자주 찾아보지 못했던 나의 고향,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겼는데 이제는 가보고 싶어도 갈수가 없게 되어버린 고향. 이런 걸 두고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그저 아쉬운 마음뿐이다.

<김점순, 하리면 출생,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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