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농민들 스스로 새로운 각오 다져야"
<독자투고> "농민들 스스로 새로운 각오 다져야"
  • 예천신문
  • 승인 2005.03.06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우리 농업과 농촌이 이 지경을 헤매고 있는가?
지난 10년간 56조원을 농촌에 쏟아 부었다고 한다. 이 돈이면 3백50만 농민의 부채를 모두 갚고도 반 이상이 남는 돈이다.(농민 1인당 평균 부채 3천만원)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기에 농민들의 소득은 10년 전 2천1백80만원에서 제자리걸음, 아니 실질소득은 오히려 1.7% 감소했는가?
농촌은 `거대한 양로원'이 된지 오래이다. 50대는 청년, 60대는 장년, 70이 넘어도 노인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곳이 농촌이 되었다. 몇 년이 지나도 아이울음소리는 들리지 않고 95% 이상의 농가경영주가 40을 넘긴 사람들이다. 그래도 농민의 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야단이다. 40, 50을 넘긴 사람들을 어디로 보낸단 말인가?
정부와 정치권은 눈만 뜨면 우리 농업을 살리고, 농민을 잘 살게 하고,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죽기살기로 노력한단다.
정부는 다시 또 지난 10년 동안 쏟아 부었던 돈의 두 배나 되는 1백10조원을 앞으로 10년 동안 쏟아 붓는다고 한지 1년이 지났다.
나라에는 농촌진흥청이 있고, 도에는 농촌진흥원이 있고, 시군에는 농업기술센터가 있다. 농촌경제 연구원이 있고, 식품개발 연구원이 있고, 거의 모든 대학교에는 농업계 대학을 가지고 있다.
농산물 유통공사가 있고, 농업기반공사가 있으며 농촌의 시장군수들은 오로지 농민들만을 위하는 시장군수라고 스스로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의 위기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UR협상 이후 우리 농정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하였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은 나아지기는커녕 외국농산물에 점령 당하고 있다.
도대체 `경쟁력'이라는 말로 농민들을 속이려고 한 발상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가? 아니면 정말로 경쟁력으로 우리농촌을 살릴 수 있다고 믿었는가? 지난10년의 농정의 결과는 실로 참담하다.
우리가 죽을 쑤고 있는 동안 중국은 농산물에서도 이미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10년 동안 추진한 우리의 농정은 이것밖에 안 되었다.
정부를 믿고 의욕적으로 농업경쟁력 사업에 참여했던 젊은 농업인들은 날마다 더욱 더 불어나는 부채에 발목이 잡혀 오도가도 못하고 실의에 빠져있다.
이제 똑바로 알자.
농민들은 그들이(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대상이 아니다. 농촌문제는 가장 이해관계가 밀접한 우리 농민들이 주인행세를 똑바로 하여 우리 농민들이 스스로 풀어야만 한다. 어떻게 해야 농민들이 주인행세를 똑똑히 할 수 있을까?
첫째 이해관계와 뜻이 같은 모든 농민들이 뭉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혼자서는 힘이 없다. 조직적이고 확실히 뭉칠 때라야 힘이 생긴다.
각 농민조직끼리 연대해야 하고 어설픈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 관심 없다는 태도 등 아무런 희생도 없이 남이 이루어놓은 열매만 따먹으려는 얌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나의 일인데 내가 아니면 누가 해줄 것인가?
둘째 뭉쳐서 내는 한목소리가 상대방보다 더 전문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책전문가, 기술전문가, 협동조합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갈고 닦고 우리 농촌농민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할 전문가를 영입하여 도움을 받고 우리 스스로 깨우치고 배워야 한다.
셋째 의사결정기구에 농민의 대표가 진출해야 한다.
농협은 물론, 의회, 자치단체장까지 가능한 한 많은 농민들이 우리 농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진출해야 한다. 나서는 걸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말자. 우리가 만들고 키워서라도 우리의 대표를 내보내야 한다.
넷째 농민조직이 재정적, 사업적, 조직적으로 탄탄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사람과 돈이 있어야 한다. 회비는 물론이려니와 조직이 돈을 버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뭉쳐서 경제사업을 바로 펼치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농민들이 주인의식을 뚜렷이 하고 지역별 품목별로 뭉쳐서 정부와 지자체에 대해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어 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농정을 실현하게 하여 농업공직자가 진정 우리 농업과 농촌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1백19조원이 헛되이 흘러 없어지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썩지 않고, 진정 농업과 농촌을 위해 쓰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농협의 그 많은 전문가와 자산이 농민을 위해 쓰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농업 관련 공사도, 연구원도, 농업계 대학도 진정 농업과 농민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제 농민들이 불평하며 끌려가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우리 농민 스스로의 창의와 자율이 없이는 어느 누구도 우리를 이용할 뿐 이 치열한 경쟁에서 농민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 이 모든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농민들 스스로가 가다듬어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때이다.

<이현부, 개포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