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창생이 있어 행복한 하루
<수필> 동창생이 있어 행복한 하루
  • 예천신문
  • 승인 2005.03.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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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양중총동창회 정기총회를 다녀와서
차창 밖에서 들어오는 봄냄새가 기분을 좋게 한다. 한 해에도 몇 차례씩 다녀오는 고향이지만 고향을 간다는 것은 매번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오늘은 모교 동창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몰고 있다. 고향에서 이웃하며 살아 정들었던 몇몇 선후배의 얼굴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찡함을 느낀다.
아직은 대지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 피부에 와 닿는 공기는 분명 봄을 알려주고 있으나 고향산천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초목들은 땅속에서 고요히 숨을 쉬며 새싹을 만들고 있나보다. 구름에 갇힌 태양이 초목의 엄밀한 작업을 도와주려는 듯 가끔씩 얼굴을 내밀어 봄을 재촉하고 있는 듯하다.
차속 라디오에서 강원도와 경상도 동해안에 폭설이 오고 있으니 농작물 관리에 유념하라며 눈 소식을 계속 알리고 있다. 여기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폭설이 내리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덕산 양지쪽 기슭에 자리 잡는 고향마을이 오수를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인다. 마을 앞 들녘에는 푸른 아지랑이가 아른아른 피어오르고 있다.
모교가 보인다. 가슴이 울렁거린다. 얼마나 많은 선후배가 모일까? 교문의 위치가 내가 다닐 때와 다른 곳에 있었다. 서울, 경기, 대구 등의 이름을 단 승용차가 줄지어 서 있다. 넓은 교정이 약간 쓸쓸하게 보인다. 사십여 년 전 내가 다니던 교정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목조 건물로 언덕 위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던 교사는 콘크리트 건물로 바뀌어 앞쪽 운동장이 있던 자리로 내려 와 있으며, 나머지 공간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나목이 된 정원수가 푸른 안개를 뿜어내고, 잎 마른 잔디밭에 초록 냄새가 가득하다. 정원에 서 있는 나무들이 봄, 여름, 가을 계절의 변화에 따라 초록의 잎을 달고, 연분홍 꽃을 피우며, 향기로운 열매로 후배들의 정서 순화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교실 뒤 언덕 위에 있던 실습지가 운동장으로 되어있다. 가운데 잔디를 심어 만든 축구장이 인상적이다. 운동장에서 편을 나누어 축구 경기를 하며 호연지기를 키울 후배들을 상상해 본다. 학교 다닐 때 가을이 되면 연중행사로 치러지던 운동회 생각이 난다. 그 때 운동회는 학생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온 면민의 잔치였다. 바람에 휘날리던 만국기가 눈에 선하다.
모인 동창생은 많지 않았다. 삶의 현장에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라는 바꿀 수 있어도 모교는 바꿀 수 없다는 말처럼 같은 학교를 다닌 인연 또한 깊으니 어디에서 어떻게 살던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동창회 협의 안건은 간단했다. 임원 개선과 모교 발전을 위한 몇 가지의 논의로 끝이 났다. 참석한 동창생들의 간단한 피로연이 이어졌다. 분위기는 사뭇 좋았다. 한 때 전교생이 천명을 넘었었는데 지금은 그 십분의 일 정도란다. 졸업 후 고향을 지키며, 고향에서 줄곧 살고 있는 후배의 말에 의하면 면 전체의 인구가 오천 명이 되지 않는단다. 내 고향만 안고 있는 문제는 아니나 어려운 농촌 현실을 보는듯하여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료에 의하면 모교를 졸업한 동창생이 올 해로 일만 일천백삼십 명이 넘었다. 놀랄만한 인원이다. 그 많은 동창생이 사회의 곳곳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마음 든든하다.
이 정도의 인원이라면 무엇이라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임 회장(정영)께서 구성하고 있다는 동창회 사업계획이 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모두가 한 마음이 되기를 빌어본다.
동창회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이고,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라 생각해 본다. 하루가 다르게 바람의 숨결이 부드러워지고 있다. 봄냄새에 이유도 없이 기분이 좋아진 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이지만 살다보면 우리내 인생 들녘에도 봄날이 오기 마련이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위로를 삼아본다. 동창생이 있어 행복한, 모교 사랑의 열기를 느낀 하루였다.

<전상준, 풍양면 출생, 금성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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