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2012 서하백일장 시부문 일반부 장원작>
◇윤상봉(충남 청양군)

2012-12-27     예천신문

오동나무 몸뚱이만 남았다
뿌리에서 빨아 올린 진액이 다해
푸른잎 소리마저 잃었다
울창한 시절 젖은 어깨 빗물에 쓸려 보내고
비루한 생 눈보라에 묻어 달랜다
미처 비우지 못한 젖은 가슴
장작불에 달군 인두로 지진다
꽃처럼 피어나는 연기 몸서리치게 바라본다
제 몸 그을린 고통 그늘로 엮어
매듭진 열두줄 힘차게 튕기면
오동나무 빈 가슴에도 둑, 둑, 햇살이 박힌다
푸른 생의 기억 온기로 휘몰아
가지마다 작은 하늘로 열린다
그리움 매어 놓은 폭포
마른 몸 깨어나는 가야금 소리
애지게 슬리는 명주실 사리사리 풀린다
밀려오는 삶의 계곡 힘겨울 때마다
단단한 울림으로 차올라
가파른 절벽의 소리로 쏟아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