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욕심 안 내고 머리 손질 54년
풍양면 '대구미용실 최말순 대표'
2017-06-26 예천신문
구미가 고향인 최말순 씨는 중학교 졸업 후 대구영남여자고등기술학교에서 미용기술을 배워 19살부터 현재까지 60년 동안 현직 미용사로 일하며 손에서 가위를 놓지 않고 있다.
1964년 개업 후 한자리에서 무려 54년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미용실 상호는 미용 기술을 배운 '대구' 지명에서 따왔다.
최말순(79) 대표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1960~70년대, 오후 6시 농사일이 끝나고 3~4명씩 아낙네들이 무리지어 우리 미용실에 머리하러 왔다"며 "머리 손질이 끝나면 온 사방이 깜깜해져 기다란 작대기에 짚단을 달아 불을 붙이고 횃불을 만들어 포장도 안 된 그 먼 산길로 다시 돌아가곤 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현재 대구미용실의 요금은 커트 3천 원, 파마 1만 5천 원, 염색 1만 원으로 다른 곳보다 절반 이상 싼 것은 물론 10년 이상 가격 인상 없이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손님들은 70대 이상으로 풍양·지보면 주민뿐 아니라 의성군 다인면과 안계면주민들까지 '대구미용실'을 찾는다.
풍양면에 장이 서는 날이면 새벽부터 뜨끈한 밥 한 솥과 된장찌개를 끓여 놔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정을 나누기도 한다.
최말순 대표는 "요즘은 몸에 관절이 와서 하루에 다섯 명 이상 손님이 오면 체력적으로 힘들다"며 "그저 내 반찬값이나 조금 번다는 마음으로 돈 욕심 안 내고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정성껏 머리 해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미용실 곳곳에는 오랜 시간 사용해 길이 들고 손때가 묻은 고대기와 파마용 롯드 등 훈장과도 같은 미용 용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가게에 딸린 방에는 시골 할머니들의 시끌벅적한 얘기들로 정겨운 분위기가 샘솟는다.
예천을 대표하는 장수 서비스기업인 '대구미용실'은 격동의 50년 세월을 넘어 오늘도 추억을 간직한 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