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번호: 92

제목1 : 겨울산사

1999-11-30     예천신문
호수번호 : 5725
내용 : 만신 같은 바람 끝은 도대체 어디서 와서
미친년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것처럼
이리 매몰스럽다는 것인가

목련 나뭇가지, 잎 진 딱지마다에서
들린다, 봄이 돌아서던 날
목련꽃 목놓아 부르던 비창의 노랫소리
거기, 뛰어내리는 엄동의 바람은
얼마나 비장한 것이냐며
지난 가을들이 이제서야 묻는 것이다

탑신을 돌아
적막으로 내려서는 탑영(塔影)
대웅전 불상 앞에 내려서며
묻는 것이다,
네 죄가 어찌 내 몫이냐고

비로소 내 생애의 죄 한 토막을 놓고
굴신으로 들어서려는데
산허리 돌아 내리는
독경의 소리,

대추나무 후린 바람 끝은
어찌 저리 매몰스럽다는 것이냐
이제서야 듣는 것이다

어둠, 등뒤의 소리를
왈,
엄동에서 깨어나란다

<예천읍 동본리, 지구문학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