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요구되는 작품많아 글, 짜임새 있게 정돈해야
수련요구되는 작품많아 글, 짜임새 있게 정돈해야
  • 예천신문
  • 승인 2002.04.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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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신문 문학상 산문 부문> 심사소감
응모한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 이웃들의 다양한 관심과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만만찮은 삶의 성찰과 아름답고 애틋한 세월의 무게가 실렸음에도 글의 기본인 문장이 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끝없이 늘어진 만연체의 문장이나 빈번히 드러나는 주어와 술어의 불일치 등 아직 더 많은 수련이 요구되는 작품이 많았다.

또한 지루한 한탄이나 은연중 내보이는 자찬, 혹은 잔뜩 힘을 주어 줄곧 선지자적 위치에서 남을 훈육하려는 논조의 글은 이런 응모작으로 적당치 않다.

개인의 경험이나 절실함이 독자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글이 짜임새 있게 정돈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건의 연대기적 나열만으로는 부족하며 마땅히 세목에 대한 구체적이고 섬세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과 목소리를 절제하고 조율하여,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글쓴이의 정서적 경험을 충분히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선에서 밀려난 작품은 대체로 위의 지적들과 `문학상 공모'라는 취지를 간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수필이 아무리 자유로운 `무형식의 문학'이라 하지만 아무렇게나 쓰는 `형식 없는 문학'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세상에 하나뿐인…'(임용준), `봄의 나른한 향기'(황초희),`모래 위에 쓰는 편지'(최정자), `식물 키우는 남자'(김동혁), `풋사과 향……'(김수진) 이렇게 다섯 편이었다.

`세상에…'는 군더더기가 없어 잘 읽히며 모자간에 흐르는 정서가 맑고 아름답다. 다른 편지글이 보이는 자화자찬의 혐의는 다소 벗어났지만 가벼운 느낌이다.

`봄의 나른한 향기'는 많은 단점이 있다. 행간에 내비치는 아슬아슬한 감상성과 미덥지 못한 삶의 깊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그것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문학본래의 지향점이 분명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나른한 향기' 같은 의식을 좇아 추상의 언어로 형상화하는 문학적 감각과 그 발성법을 좋게 보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문장이 튼튼하지 못하다.

`모래 위에…'는 곤고하게 살아온 세월을 진지하고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어려운 일상에서도 붓을 가다듬어 자신을 돌아보며 내비치는 소박한 심성과 그 소망은, 문학을 떠나 가정과 사회일반을 지탱하는 소중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왠지 이런 방식의 글은 너무 낯이 익다.

남은 두 작품은 각기 얼마의 결함은 있지만 완성도가 높아 어느 것을 당선작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자신의 정서를 그만큼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적잖은 수련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식물 키우는 남자'는 가장 모범인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식물의 본성에서 교훈을 얻는 대목이 너무 비약적이고 상투적이며, `풋사과 향……'은 사과향내에서 꿈으로의 전환이 장황하며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풋사과 향……'을 당선작으로 택한 것은 강한 주제의식과 그것의 건강함 때문이다.

<매일신문.영남일보 신춘문예당선, 한내, 민족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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