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과 향내나는 꿈
풋사과 향내나는 꿈
  • 예천신문
  • 승인 2002.04.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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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산문부문 금상작>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쯤, 우리집은 과수원을 했었다. 부모님께서는 바쁜 일손 때문에 우리 자매까지 동원시켜 일을 하셨는데, 달콤한 조건을 걸어 우리가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셨다.

일을 한나절동안 꾸준히 하면 새참으로 `통닭'을 시켜주신다는 거였다. 물론 약속대로 통닭은 먹게 되었다. 그런데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통닭을 좋아하는데, 내 입맛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것인가 보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내 입맛이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있다.

그건 사과를 따는 과정에서 깎아먹었던 `아오리'라는 여름철 사과였다. 사실 그 때도 통닭보다 더 좋아 했었다. 아오리 색깔은 가을철 사과처럼 붉은빛이 아니고 녹색빛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약간 `풋내음' 나는 그 사과의 맛이 참 좋았다. 지금, 많은 시간이 흐른 뒤지만 아직까지도 한 입 가득했던 사과의, 그 사각사각함과 향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나는 그 맛에 길들여져 있으며, 어느덧 꽤 많은 시간이 흘러 그런 풋내음 가득한 내 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시점까지 왔다. 그래서 지금부터 나는 그 풋풋한 사과향이 나는 나의 소중한 꿈 얘기를 펼쳐가고자 한다.

나 또한 여느 아이들이 그랬듯, 아주 많은 꿈들을 희망해 왔었다. 하지만 이 산간 벽지에서, 그것도 여성이라는 조건이, 때때로 나를 많은 꿈 앞에서 주저앉게 만들었다. `이 촌구석에서 공부를 잘 하면 얼마나 잘 해서 도시 아이들에 비할까?' 또는 `여자가 뭘…' 하면서 스스로를 얼마나 비하(卑下) 시켰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나는, `라디오 방송'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텔레비전밖에 모르던 나였다. 그저 라디오 교육방송 정도를 듣는 기계로 생각했던 라디오에도 주파수라는 것이 있어, 텔레비전 채널 맞추어가며 보는 것처럼 하면 되는 것이, 그리고 이렇게 라디오에도 많은 방송 프로가 있다는 것에 놀라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첫 번째로 써 보낸 사연을, 전국 방송으로 보내지는 한 프로그램에서, 인기 최정상의 여가수가 읽어주는 것이었다. 어찌나 기뻤었는지 모른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방송작가'의 꿈을 새록새록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또 방송작가가 방송대본 쓰는 것 외에는 무슨 일들을 하는지, 서적과 인터넷 자료들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는 `글'이라는 것에 대해 평소 어느정도 관심을 가지며 생활해 왔었다.
글은 그것을 쓴 사람의 모든 것이 깃든 결정체 같은 것이다. 대도시 공해와 온갖 불결한 것을 다 보며 생활해 온 사람과, 나와 같이 빙 둘러보면 푸른 산과 파란 하늘밖에 볼 것이 없는 사람이 쓴 글이 과연 같을 수 있을까?

내가 정말 미래에 그 꿈을 이루었다면, 나는 세상살이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글을 선사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내가 어릴 때부터 쭉 바라봐 왔던 청명한 하늘, 맑은 공기, 따스한 봄 햇살, 모두 내가 쓴 방송대본을 통해 전파를 타고 흘러나와 소외된 이웃들에게 잠시나마 세상은 이렇게 따뜻한 곳이라고 위로해 주고 용기 또한 주고 싶다.

그래서 풋풋한 사과향이 나는 작가로 살아가고 싶다.

<김수진.성희여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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