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의 즐거움
저축의 즐거움
  • 예천신문
  • 승인 2002.04.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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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교.동부초등 6
지난 추석 연휴 때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과 놀고 있는데, 우리 할머니께서 “얘들아, 고구마 캐러 가지 않을래?” 하시며 밭에 함께 가자고 하셨다. 처음에는 좀 내키지 않았다. ‘한창 즐거웠는데… 갈까? 말까?’ 하는데 사촌들이 의외로 재미있을 것 같다며 가자고 해서 작은 아버지, 숙모와 우리는 고구마를 캐러 가기로 했다.

고구마 밭까지는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나는 놀고 싶은 생각 때문에 중간쯤 가서도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혼자 그럴 수는 없고 마음을 바꿔먹고 갔다. 호미를 가지고 캐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손으로 그냥 캤다. 손으로 캐니 흙이 묻기도 했지만 호미로 캐는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 아무리 가을이라 하지만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는 땀으로 옷이 다 젖어 있었다.

“아휴, 힘들다. 좀 쉬었다가 하자꾸나.” 작은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두 잠깐 쉬었다. 조금 쉬고 있는데 작은 아버지께서 “너희들 정말 잘 하는구나, 이제부터 한 사람이 고구마를 5개씩 캘 때마다 1천원씩 주겠다. 이전에 캔 것음 무효야. 지금부터다.”

우리는 그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로 더 많이 캐려고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용돈이 생긴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마음이 들떠서 힘이 저절로 생기는 것 같았다. 우리는 열심히 아주 열심히 고구마를 캤다.

어른들께서 쉬었다 하라고 하셨지만 나와 사촌들은 쉬는 것도 마다한 채 고구마를 열심히 캐었다. 이렇게 캐니 5개씩 캘 때마다 1천원씩 주시기로 약속한 뒤로 캔 고구마가 수가 한 사람당 거의 60개가 되었다.

그래서 총 1만2천원을 벌게 되었다. 너무나 뜻깊은 일당이었던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작은아버지께서 일당을 주시면서 맛있는 과자도 사 주시며 “너희들 오늘 힘들었지? 그래, 이렇게 일을 하고 용돈을 받으니 마음이 뿌뜻하지?” “네! 정말 뿌듯해요. 고구마 캐러 안 갔으면 큰 일 날 뻔 했네.” 금방 온 집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수요일 저금하는 날이 기다려 졌다. 이번에는 다른 때 저축하는 기분하고는 달랐다. 주로 할머니께서 주시는 돈으로 조금씩 해왔고 또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용돈을 받기는 처음이라서 더욱 그렇다. ‘1만2천원을 벌었으니까 3천원씩 저금하면 네 번 저금할 수 있겠네?’ 한꺼번에 한 번 저금하는 것보다는 나눠서 여러 번 저금하면 빠뜨리지 않고 저축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고, 할 때마다 저축할 때의 즐거운 마음을 갖고 싶어서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1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저금한 돈이 오십만 원이 넘었다. 다른 아이들은 백만 원이 넘는 아이들도 있지만 나는 저금하는 때를 거의 안 빼먹고 했기 때문에 자랑스럽다. 친구들이 나를 ‘범생’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모범생이라는 말의 별명이다.

내가 군것질도 잘 하지 않고 아껴쓰는 모습을 보고 그러는 것 같다. 하지만 난 그 별명이 그리 듣기 싫지는 않다. 절약하고 저축할 때의 그 뿌듯함을 알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보니, 우리 나라가 외국에 진 빚을 다 갚았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가 저축을 많이 하고 과소비를 안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앞으로도 우리가 저축을 많이 하고 과소비를 안 해야 외국에 다시 빚을지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경기가 좀 좋지 않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저축을 많이 하고 절약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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