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
세상은 요지경
  • 예천신문
  • 승인 2009.05.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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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광장, 이명희(전 예천여고총동창회장)

   
  △이명희, 전 예천여고총동창회장
“항복해서 내 밑으로 들어오면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만 있을 것이다.”

요즘 KBS 2TV 주말연속극 천추태후에 나오는 대사인데 거란의 태후가 포로로 잡혀온 고려왕족에게 한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참으로 우습게도 내가 살고 있는 예천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그럼 고려인 포로는 누구이고 거란의 태후는 누구란 말인가?

요즘 집에도 거리에도 산과 들에도 우리나라 강산 모두가 꽃 잔치를 열고 있는 것 같다.

자연은 이토록 아름답게 우리에게 다가오는데 세상은 날로 어지럽기만 하다. 이 모두가 인간의 끝없는 욕망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일 것이다.

목요일에 배달되는 지역신문에 나오는 군민장학재단 장학금 기탁자 명부를 볼 때마다 나는 괜히 눈물이 난다.

자의건 강압에 의해서건 장학기금모금에 동참하고 매주 신문 한 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사람에 따라선 참으로 흐뭇해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지역의 불우한 아이들이 돈이 없어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하게 된다면 도와 주는 게 만번 생각해도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예천여고 총동창회에서도 장학기금마련을 위해 바자회도 하고 일일찻집도 열고 동문들에게 기금모금도 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던 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동문들이 귀한 시간과 열정을 모아 만들어 놓은 모교와 후배들을 위한 장학기금인가? 그런데 모처럼 예천여고 총동창회이사회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가보니 군민장학기금에 동창회기금을 함께 넣어 군민장학재단에서 운영하는 안(案)을 상의해 보잔다.

상의는 하자는데 모두들 말이 없다. 나는 돈이 얼마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몇년 전 오천만원에서 조금 모자랐던 돈이 지금은 삼천 오백만원 정도 된다고 했다.

나는 직전회장은 아니지만 전임회장으로서 “이 돈은 회장이 주고 싶다고 줄 수 있는 돈도 아니고 만약 어떻게 된다면 두고두고 현 임원진과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하고 평가도 받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총회에서 결정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져 회의를 마쳤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동창회에서 주는 장학금은 선배가 후배에게 주는 순수한 장학금인데 그것은 그대로 두고 군민장학재단은 별도로 운영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마다 학생들이 줄어 졸업하는 학생도 정말 소수이다. 학교별로 들어오는 장학금도 줄 학생이 없어 한 사람이 몇 개씩 받아야하는 처지인데 1백억이나 되는 큰돈을 모두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서울에 학사를 지어 가난한 유학생을 돌보아 주는 일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누구가 어디에서 감시를 한다느니 또 어느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누군가가 어디에 가 다 고(告)한다고 하며 불안해 한다.

분명히 우리는 지금 자유민주국가에서 살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내가 살고 있는 예천은 북한인가 남한인가? 세상은 참 요지경인 것 같다.
가끔 나는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누군가 인생은 하숙생이라 했는데 정말 그럴듯한 말이다.

잠시 머물렀다 가는 이 세상! 지금부터라도 자연에게 배우며 겸손하고 여유롭게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멋진 삶을 살아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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