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생각하며...'
'선생님을 생각하며...'
  • 예천신문
  • 승인 2009.11.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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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광장

   
어느 사이 가을이 가고 있다. 그 푸르던 잎이 낙엽이 되고 엄마의 정성을 먹고 자란 국화가 노랗게 꽃을 피워 집안 가득히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걸 보면서 올해도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며칠 전 예천온천을 가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었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리웁구나./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곱게 물들어/ 그 잎새에 사랑의 꿈 고이 간직 하렸더니/ 아아아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  너와 나의 사랑의 꿈 낙엽따라 가버렸으니// 아아아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 너와 나의 사랑의 꿈 낙엽따라 가 버렸으니'

갑자기 차를 운전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몸에서 한기가 돌았다. 노래를 듣는 내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더니 눈물이 나서 차를 길가에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차중락의 목소리로 그 아름다운 낙엽따라 가 버린 사랑을 감상한 것이다.

마음이 싸한 게 문득 낙엽 위를 걷고 싶어 한참을 혼자서 걸었다. 산다는 건 무엇인가? 얼마 전,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던 은사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분과의 인연을 생각하며 빨리 쾌차하시기를 진심으로 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 만나 그 오랜 세월 동안 정을 나누었던 선생님!
선생님이 손수 만들어주신 주머니에 물건을 넣을 때마다 나를 향한 그분의 깊은 사랑을 느낀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모자도 만들어주시고 가방도 사 주시고 동생처럼 자식처럼 아껴주시던 고마우신 선생님! 같이 여행도 다니고 윷놀이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던가? 그 순간들을 잊을 수 없어 멀리 하늘을 본다.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여윈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 계실 선생님을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난다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 너와 나의 사랑의 꿈 낙엽따라 가버렸으니/   아아아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노랫소리가 귓가에서 자꾸 맴돌며 가슴이 아파온다. 낙엽이 지고 갈대가 서럽게 울어대는 계절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마구 뒤흔드나 보다.
  이제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면 좀 더 차분해지고 씩씩해 질 수 있을까?

 잎 하나 없는 나뭇가지에 앉아 즐겁게 노래하는 겨울새처럼 말이다.
  ‘이 선생’ 하며 환히 웃으시던 선생님 얼굴이 문득 떠오르며 눈물이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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