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간, 십이지를 순차로 배합'
'십간, 십이지를 순차로 배합'
  • 예천신문
  • 승인 2011.02.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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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갑(六甲)

◇ 정 희 융 (전 예천교육장)
● 세시풍속 이야기(28)

육갑은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준말로 민속에서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순차로 배합하여 60가지로 배열한 순서이다. 갑자(甲子)에서 시작하여 계해(癸亥)에 끝난다. 또는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남의 언행을 얕잡아 `육갑 떨다', `병신 육갑한다'라는 말로 쓰이기도 하고 간지(干支)로써 사람의 나이를 헤아릴 때 `육갑짚다'라고 쓰기도 한다.

육갑의 구성요소는 천간(天干)이라 하여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십간과 지지(地支)라고 하는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십이지를 조합하여 만든 책력이다. 이 육갑은 해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달과 날에도 적용하여 60간지를 날짜 순서대로 배정한다.

육갑에 사용되는 십이지를 각각 열두 마리 동물인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돼지에 대입하여 그해의 상징동물을 띠라고 한다.

올해 신묘년(辛卯年)은 토끼띠해이다. 그러나 천간은 하나에서 열가지라고 추정하고 있을 뿐 정확히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애매모호하다. 이러한 60간지 역법이 최초로 사용된 유물은 흔히 말하는 갑골문(甲骨文)에 나온다.

갑골문 만으로 추측하면 BC 18세기 이전에 이미 사용했는데 사용자는 주로 통치자를 포함한 제사장이었고 사용 목적은 점복(占卜)이었다. 이 육갑은 근세까지 택일(擇日), 사주(四柱), 작명(作名), 풍수지리(風水地理) 등에서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의 뿌리를 이루어왔다.

정초(正初)가 이미 지나갔지만 설날부터 열이틀 동안 간지(干支)에 처음 오는 십이지일을 상지일(上支日)이라 하여 중하게 여겼으며 일년의 무사안녕과 풍년, 액땜, 무병장수를 위한 처방을 집집마다 실시하였다.

첫 쥐날인 상자일(上子日)에는 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쥐불을 놓았으며, 콩을 볶고, 바늘을 만지면 손끝이 곪는다하여 바느질을 피했다.

첫 소날인 축일(丑日)에는 연장을 만지지 않았으며 첫 범날인 인일(寅日)에는 타인과의 왕래를 삼가고 부녀자들은 외출을 하지 않았다.

첫 토끼날인 묘일(卯日)에는 남자가 먼저 일어나 대문을 열면 한해 동안의 기운이 왕성하다고 하였다. 또 부녀자들은 첫 길쌈을 하여 뽑은 실을 `톳실' 또는 `명실'이라 하여 이 실을 차고 다니거나 옷을 지어 입으면 수명이 길어지고 재앙을 물리친다고 하였다.

첫 용날인 진일(辰日)에 우물을 제일 먼저 길어다가 밥을 지어 먹으면 농사에 대풍이 든다고 하여 남보다 먼저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오는 `용알뜨기'를 하였다.

첫 뱀날인 사일(巳日)에는 머리를 빗거나 깎지 않고 빨래나 바느질을 하지 않으며 장작개비를 집안에 들여놓는 일도 금하였다. 또 원행(遠行)을 하지 않았으며 뱀의 침입을 막기 위해 헌 새끼줄로 `뱀지지기'를 하였다.

첫 말날인 오일(午日)에는 시루팥떡을 해 먹고 길일이라고 하여 고사를 지냈다.

첫 양날인 미일(未日)에는 일부지역을 빼고는 무슨 일을 해도 좋다는 날이다.

첫 잔나비 날인 신일(申日)에는 일손을 쉬고 놀며 칼질을 삼가고 남자가 먼저 일어나 문 밖 청소를 하고 부엌 네 귀를 쓸어 부엌 귀신에 대비한다.

첫 닭날인 유일(酉日)에는 바느질을 하면 닭발같이 된다고 삼가했으며, 첫 개날인 술일(戌日)엔 일을 하지 않았으며 풀을 쑤지 않았다.

첫 돼지날인 해일(亥日)에도 바느질, 빗질을 삼가했으며, 이 외에도 육갑과 관련된 풍속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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