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동녘이 불르레하네요/ 어서 우물에 가요/ 제가 두레박을 길어 드릴게요// 우물엔/ 벌써 물을 길어 올리시네요/-서울 아줌마/ -분이 언니// 서리 하아얀 아침/ 우물엔 김이 나요/ 엄마 입김처럼 들여 마시고 싶은// 엄마/ 이제 내가 조금 더 크면/ 엄마처럼 동이를 머리에 일 테예요// 자, 어서 이 물을 받으셔요/ 황금빛 동녘 하늘처럼/ 보배로운 물,/ 동이 하나 가득히 길어 가셔요’(아침 우물가 중에서)
풍양면 태생의 유재희 씨가 최근 일생의 기록을 모은 책 「아침 우물가」(홍익 출판사)를 출간했다. 34년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대구시 중구청 서기관으로 퇴직한 유재희 씨가 펴낸 단행본 「아침 우물가」에 수록된 대부분의 글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된 것들이다.
책 제목 「아침 우물가」는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4편의 동시를 비롯해 9편의 시조, 45편의 시, 10편의 수필, 3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유재희 씨는 “지난날 물 한 컵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 제자에게 당신은 속이 안 좋으시다며 도시락을 건네주시던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마음을 나중에 깊이 깨달았다”고 말하고 “그 깨달음이 34년 공직생활 중에 맡은 직무 외에 많은 시간을 봉사에 바쳐온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한다.
4백13쪽, 1만 2천원.
/박호근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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