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포돛대
황포돛대
  • 예천신문
  • 승인 2011.09.0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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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서사시

예천에 삼강나루가 있었다
그 옛날 노란 돛폭을 올린
소금배가 석양을 등지고
강줄기를 타고 들어올 때면
흰 옷 입은 사람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는 나루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장을 담고
한겨울을 보낼 김장을 하려면
소금이 밥이고 반찬이었다
간장과 된장이 잘 익어야
음식 맛을 낼 수 있으므로
소금물에 메주 띄워 장을 담갔다

소금배는 소금만 싣고 오지 않았다
젓갈과 절인 생선에
세상 밖의 소식도 실어 왔는데
삼강 주막거리에는 구성진 노랫가락
돈도 풀고 인심도 풀다가
갈 때는 곡식을 가득 싣고
얽힌 정 하나 얹어 돌아가곤 했다

황포돛배가 간다
훠이훠이 세월을 넘어
돛 싣고 사랑 싣고 간다
삼강 노을을 싣고 간다

 

◇ 김 영 진 (보문면 출행/ 시인, 수필가/ 성서원 회장/ 새벗 발행인)
◇시작노트
내륙인 예천에는 고등어, 갈치, 조기 등 절인 생선만 들어왔다. 삼강나루는 소금배가 드나들어 객주집이 들어서고 장이 서는 장터 거리였다. 노란 돛폭을 달고 석양을 받으며 올라오는 정경은 한 장의 그림이었다. 황포귀범(黃布歸帆)이라고 했다. 삼강 소금배가 실어 나르던 가락이며 풍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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