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서고'
'나눔서고'
  • 예천신문
  • 승인 2011.12.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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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홍 기 (농협 군지부장)
지난 4월 말쯤 예천군의 자매결연도시인 군포시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철쭉 축제를 겸한 시민축제에 자매결연도시들을 초대하였는데 예천군도 함께 초대한 것이었다.

보슬비가 오는 가운데 화려한 전야제가 열리고, 일요일에는 특산품 전시판매장과 철쭉동산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얘기를 듣자하니 김윤주 시장이 예천 용문 출신인 것이 인연이 되어 1998년부터 자매의 연을 맺어 그동안 교류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과 함께 철쭉동산을 돌아보는데 늦추위로 못다핀 철쭉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 시장은 참으로 소탈한 사람이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원고 없이 그 때 그 때 분위기에 맞추어 즉흥적으로 연설하였고, 꽃동산을 돌아보는 도중에도 자연스러운 유머로 일행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좌중을 웃겨가며 어색한 분위기를 일시에 바꾸어 놓았고, 때로는 카메라를 건네 받아 본인이 직접 촬영하기도 하였다.

꽃망울을 힘겹게 밀어 올리는 철쭉을 들여다보면서 꽃밭을 돌아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공원 산책로 옆에 우체통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책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여러 가지 책이 50여 권 꽂혀 있는 것이었다. 물론 따로 관리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장을 수행하던 공무원의 설명이 책 읽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무료 대여를 목적으로 시가지나 공원 여기저기에 서가를 만들어 놓고 시민 누구나 무료로 빌려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책을 가져가 반납하지 않더라도 돌려가면서 볼 테니 그 만큼 시민들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생각보단 많이 없어지지도 않는다고 하였다.

참으로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그제서야 군포시 여기저기에 `책 읽는 도시'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나 광고물을 보았던 기억이 났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해오던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다. 농협 군지부 객장에 ‘신토불이 창구’라고 하여 특산품 판매용 진열장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늘 몇 칸이 비어 있어 마음 쓰였다.

상품을 일부 정리하여 공간을 좀 더 확보한 뒤 빈 칸 세로 한 줄을 책 무료 대여용 책장으로 쓰기로 하였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나눔서고’라고 이름도 정했다. 대구로 출장 간 김에 헌책방에 들러 밤늦게까지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책을 골랐고, 비교적 깨끗한 책으로 1백여 권 진열해 두었다.

아직은 소문이 덜 나서인지 대여실적이 많지 않지만 괜히 기분이 좋다. 부자가 된 기분이고 군민들을 위해 우리도 뭔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

무료로 대여한다고 붙여 놓은 설명문 밑에 ‘헌 책 기부 받습니다’라고 한 마디 더 적어 놓았다. 김윤주 군포시장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시장의 고향인 예천에도 전해져 우리 ‘나눔서고’의 책이 군민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불씨가 예천이 아름다운 고장으로 가꾸어 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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