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처신'
'공직자의 처신'
  • 예천신문
  • 승인 2012.08.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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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 이 기 준 ㆍ예천읍 출생 ㆍ논설위원
대통령의 친형이 직무 관련 뇌물수수죄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며 국민 모두 안타까움과 사필귀정의 마음이 교차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그는 공직자이면서 또한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대통령과 국민에게 크나큰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천군에서도 지난 7월 군의회의장 선거와 관련하여 금품수수로 관련하여 모의원이 자살하고 몇몇 관련자들이 구속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부정부패는 밭에 나는 잡초처럼 도저히 말살시킬 수 없는 것인가?

이는 정신력이 물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잘 아는 분으로부터 「퇴계선생 설화」(강재철, nosvos 2011.11)라는 책을 선물 받고 읽어보며 선친께 들었던 퇴계선생의 행적 몇 편을 기억 속에서 되살려 보기도 하였다.

퇴계는 율곡과 함께 학문으로 동방제일이라 일컬어지지만 처신 또한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그야말로 백세청풍의 본보기 같은 분이었다.

선생이 퇴직하여 도산서원에서 제자를 양성하고 있을 때, 당시 영의정 권철이 찾아와 하룻밤을 지내며 학문과 시정을 논하고 떠날 때 좋은 말씀 한 마디를 청하자 선생은 “대감님 식사하는 것을 보니 통 드시지 못하는데 이 보리밥에 된장 그리고 짠지는 일반 백성들에게는 진수성찬이나 마찬가집니다. 백성들은 이것도 못 먹고 초목근피로 지내는 자가 많은데 국정 운영에 유념해 주십시오.”

현직 영의정에게 있는 그대로 숙식을 대접하는 것도 대단한 선비의 기개이지만 뼈있는 말을 그대로 하는 것도 선생의 강직한 성품을 나타낸 것이다.

선생은 항상 세금 내야할 때가 되면 정해진 분량을 맨 먼저 내곤 했다고 하니 준법정신이 철두철미했던 것이다.

선생의 인품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이 단양군수 시절, 그의 친형이 충청도 관찰사로 부임해 오자 바로 사직서를 냈다. 이유인즉 형제가 같은 임지에 근무하는 것은 공직기강이 흐트러질 염려가 있고 타인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주장하여 할 수 없이 풍기군수로 발령을 내, 풍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서서원을 열어 후학을 길러내 오늘날 영주가 선비 고장으로 불리게 된 계기를 만든 사실이 있다.

오늘날 대통령 형과 그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구속 또는 불명예스럽게 사직하고 있는 것을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져야만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 정치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의식수준과 정비례한다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 내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며 이런 정치도덕에 무감각하지 않았던가. 반성할 일이다.

알다시피 우리 예천은 성리학과 예와 충의 고장이 아닌가, 이번 휴가철에 꼭 시간을 내어 삼강주막에 있는 삼강서원에 들러 정윤목 공이 쓴 편액 ‘百世淸風’을 보면서 그 의미를 깊이 새기고 행동의 지침이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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