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은 돈으로"
"내가 모은 돈으로"
  • 예천신문
  • 승인 2002.09.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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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우리집은 바쁘다. 아침 일찍부터 들에 나가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위해 학교가 쉬는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은 우리들도 들에 나가 농사일을 돕는다.
지난 일요일도 용돈을 주신다는 엄마의 달콤한 말씀에 별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들을 향했다.
아직도 낮에는 태양 볕이 따가운 까닭에 밭에 들어간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땀은 내 얼굴을 다 씻고 있었다.
`그래도 용돈을 주신댔잖아.'
엄마의 말씀을 떠올리는 순간, 나의 일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온몸을 땀으로 목욕한 후에야 우리들의 고추따기 작업은 끝이 났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어머니께서 “선행아, 오늘 밭에서 일하느라 힘들었지? 자, 여기 용돈이다”하시며 나에게 2천원을 주셨다. 하룻동안 고생의 대가가 겨우 2천원이라니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저녁이 되어 자리에 누워 낮에 받은 돈으로 무엇을 할지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문득 내가 한달동안 사용하는 돈의 액수를 생각해 보았다.
학원비, 급식비, 교통비, 학용품 등등 어림잡아 20만원이 되는 듯 했다. 내가 오늘 번 2천원에 비하면 1백배나 되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다.

갑자기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어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옆에서 곤히 주무시는 엄마를 안고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했다.
그 때의 나의 행동을 엄마는 모르시겠지만 그 후로 나는 달라진 것이 있다.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한푼이라도 아껴야지.'

난 열심히 돈을 모았다.
이제는 제법 돈을 모아 10만원이라는 액수가 모였다. 난 기뻤다.
이렇게 계속 모은 돈은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금으로 써야겠다. 그럼 엄마, 아빠도 좋아하시겠지? 그리고 조금 더 남은 돈이 있다면 나의 도움을 기다리는 손길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해야지.
그러기 위해 오늘도 아끼고 저축하는 짠순이가 된다.

<이선행, 용문초등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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