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평 산하여
중평 산하여
  • 예천신문
  • 승인 2012.11.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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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

향나무 샘가에서 아낙의 낭자한 웃음소리가
마을의 아침을 열면
가랑이 타진 바지 입은 아이들이 골목에서
제기차기를 했다
그 골목 어귀엔 헛기침을 앞세운 할아버지의 권위가
도도히 군림했다
아버지의 백고무신을 옥양목 저고리처럼 곱게 씻어오던 어머니의 시내는

◇ 박계수 시인 ·유천면 출생 ·문예사조와 문예비전 주간, 한국산서회 회장을 역임 ·명산기행,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시집), 사마귀 장가 가는 날(동시집), 내 청춘 능선에 묻고(수필집) 등 20여권을 펴냄.
여태 마을 양 겨드랑이를 받치는데
고운 돌자갈 위엔 누이의 예단 이불 홑청이 달빛처럼 빛났다
청보리 보무당당 물결치던 들녘은 남산이-뒷산이 아름하고
고엽처럼 변한 신기솔은 이제
누군가의 밀회장소인가?
그 거리 그 때의 주인은
수천 번 바뀌어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너와 나의 유년이 설킨 실존의 마을
지우려 한들 지워질 것이며
잊는다 한들 잊어지랴!
손등 실금처럼 아름다운 삶의 회억이여!
오! 중평산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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