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에 맞게 달 이름 불러와'
'세시에 맞게 달 이름 불러와'
  • 예천신문
  • 승인 2012.11.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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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세시 풍속'

◇ 정 희 융 (예천문화원장)
● 세시풍속이야기(61)

음력 8월이 지난지가 한참 되었으나 열두달 세시 풍속을 다루다보니 뒤늦게나마 짚고 넘어 가기로 하자.
8월의 세시 풍속은 뭐니뭐니 해도 추석(한가위) 명절이 제일이다.

현재는 설 다음의 명절로 인식되고 있으나 지난호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내용은 생략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주로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나타난 8월 농촌의 세시 풍경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8월은 중가을 백로(白露) 추분(秋分)의 절기이다. 북두칠성의 자루가 돌아 서쪽 하늘을 가르키고 조석으로 신선하여 가을기운이 완연하다. 실솔(쳸첛, 귀뚜라미)의 맑은 소리는 벽장 속에서 들리고, 아침엔 안개 끼고 저녁엔 이슬 내려 더웠던 여름을 잊게 한다.

곡식 열매 고개 숙여 서풍에 익는 빛은 은빛구름으로 피어난다. 백설(白雪) 같은 면화송이, 산호(珊瑚) 같은 고추 다래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이 명랑하다. 면화 따는 다래끼에는 수수이삭 콩가지요 나뭇군 지게 위에는 머루 다래 산열매라.

뒷동산 밤대추는 아이들 세상이다. 명주(明紬)를 끊어내어 가을볕에 마전(漂白)하여 여러 색갈 물들이니 울긋불긋 색색이다. 부모님 늙으시니 수의를 지어놓고 그 나머지는 마르고 재어 아들 딸의 예장(禮裝)을 마련한다.

지붕의 굳은 박은 요긴한 그릇이오 댑싸리 비를 매여 마당질에 쓰게 한다. 참깨 들깨 한줌 오려 타작하고 담배 녹두 조금 내어 아쉬워도 돈 만들어 장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마른 명태 젓조기로 추석 명절 쇠어보세. 햅쌀술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조상 무덤 제사 쓰고 이웃집과 나누어 먹는다. 며느리 말미 얻어 본가 부모 뵈러 갈 때 개잡아 삶아 얹고 떡고리며 술병이다. 초록 웃옷 남빛치마 단장(丹粧)하고 다시 보니 여름 동안 지친 얼굴 회복이나 되었는지?

팔월 보름 밝은 달에 마음 펴고 놀고 오소. 금년 할 일 못다하여 명년계획 하오리다. 밀대 베어 더운가리 늦보리밭 가을갈이 끝끝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거두어 둔다. 사람일만 그러할까. 기후도 마찬가지 순간도 쉴새 없이 마치며 시작한다”고 했다.

아라비아 숫자 8이라는 글자는 가로로 자르면 0이 되어 타고난 팔자는 없다는 뜻이고, 세로로 자르면 3이 되어 누구에게나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뜻이다. 그리고 8을 눕히면 무한대(∞)가 되어 인간의 성공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미끄덩 6월, 어정 7월, 둥둥 8월, 설렁 9월, 떡먹는 10월이라 하여 세시에 맞게 달 이름을 불러왔다. 둥둥 8월에 얼음을 둥둥 띄운 수박 화채를 먹는 것도 원두막을 찾는 것도 훌륭한 세시 풍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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