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인사의 변천'
'연하인사의 변천'
  • 예천신문
  • 승인 2012.12.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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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광장

◇ 김 시 우 ㆍ보문면 출생 ㆍ(사) 율은김저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세시 인사도 변해가고 있다.

과거에는 해가 바뀌면 아무리 먼 객지에 있어도 부모님은 반드시 가서 뵈어야하고 웃어른이나 상시로 대하는 이웃 간이라도 세배 인사를 교환해야 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지에게는 정중한 문후 편지를 보내는 것이 세시풍속이었다.

이러한 인사를 게을리 하거나 소홀히 하면 우선 부모에게는 불효가 되고 형제간에는 우애 없는 사람으로 평가되어 사람대접을 못 받게 된다. 그리고 친척 어른이나 이웃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지 못하면 정월 내내 마음의 부채로 남게 되어 죄스러움을 안게 된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개인의 생활이 바쁘고 복잡하게 되어 이러한 우리의 세시풍속은 연하장에 여지없이 밀려나게 되었다. 연하장 카드의 편리함이 인쇄문화의 대량보급 기능과 맞물리어 우리의 풍속도를 순식간에 바꾸어놓고 만 것이다.

인쇄물을 통한 대량보급의`근하신년'이란 획일적 인사카드는 우선 경건하고 정중한 문후인사의 정성스러움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연하장 끝자락에 친필사인으로 덮으려 하지만 그 자체가 웃어른께는 오히려 교만하게 비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IMF와 2008년 외환위기 후에는 불경기란 이름 앞에 뚝 끊어져 버렸다.

그 이후 나타난 것이 휴대폰 메시지다.
이건 친필사인보다 더 가볍다. 수백 개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곳에 의뢰하면 그냥 전달되는 것이니 그 편리함과 신속함이 인쇄물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이 폭주하는 메시지는 못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답전을 못할 수도 있다. 인사를 받는 쪽은 대개 나이 지긋한 사람이니 휴대폰 사용에 서툴거나 휴대폰이 있어도 전화 받는 기능 이외에는 그 다양한 용도를 모르는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인사는 정성이 담겨야 상대에게 예가 되는 법이다. 전화는 인사를 육성으로나마 전달하고 안부를 서로 교환하지만 문자 메시지는 그 정중함과 정성스러움이 전화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다.

우리의 풍습으로는 웃어른께 전화할 때는 통화 서두에 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로 인사드리게 된데 대한 불경함과 송구함을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 뒤에 용건을 조심스럽게 말했던 것이다.

굳이 지금 세상에 그렇게까지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자메시지 인사는 소리 없이 몰래 와서 잠복해 있으니 본의 아니게 답례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 무의식중에 결례를 범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찌 세시 인사의 변화뿐이겠는가. 전반적으로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생활 문화도 크게 변화고 있다. 하긴 변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전통문화의 속성임을 감안하면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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