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약쑥 한 움큼 먹고
검은 화강암 가슴에 덮고 누워
다섯 층계 악보 위에서
나를 잃고 잠들었네.
그 때는 감각의 절반을 잃었는데
밀물처럼 봄이 돌아오고
기어이 가슴 뚫고
연둣빛 새싹 솟아나는구나.
이제 꽃잠에서 깨어나
노란 콩나물 꼬물꼬물 자라나듯
봄의 소리 음표가 되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4분음표로 또는 8분음표로
비켜가지 못하는 시간에 취해
온 누리 뛰어다니며 춤추다가
때로는 온쉼표로 느긋하게 쉬다가
후박나무 가지에 매달려
기억의 꽃망울 터뜨리는
노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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