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겨울이나 봄에 하는 놀이'
'주로 겨울이나 봄에 하는 놀이'
  • 예천신문
  • 승인 2013.02.01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기차기'

◇ 정 희 융 (예천문화원장)
● 세시풍속이야기(69)

옛날 겨울철 농한기가 되면 어른들은 마을큰집 사랑방에 모여 술밥(酒飯) 내기로 여흥을 즐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마당에 모여 제기차기로 운동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눈 오는 날이면 눈을 쓸어내고 언 땅위에서 제기 차기를 한다. 제기차기는 제기를 가지고 발로 차는 놀이이다. 제기는 엽전이나 쇠붙이에 얇고 질긴 종이나 천을 접어서 싼 다음 끝을 여러 갈래로 찢어 너풀거리게 한 놀이 기구이다. 주로 겨울에서 정초(正初)에 걸쳐 노는 어린이 놀이이다.

우리들이 어릴 때 제기를 만들려면 미농지(美濃紙)가 있어야 쉽게 만드는데 종이를 구할 수 없어 실로 엽전 둘레를 동여 메어 사용하던 일이 어제 같다.

제기의 유래는 이미 옛날의 공차기인 축국(蹴鞠)에서 비롯된 놀이이다. ‘제기’ 또는 ‘제기차기’란 말도 축국을 우리말로 표현 한 것이다.

원래 공을 차는 축국을 조선 초기에 ‘뎌기’라고 했다가 18C 이후 ‘져기’ 또는 ‘적이’를 거쳐 ‘제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공을 쉽게 구하거나 만들 수 없던 상황에서 아이들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제기가 등장 한 것이다.

조선 후기에는 내기를 위한 엽전 제기가 등장하다가 근대 이후 쇠붙이에 플라스틱을 합쳐 만든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제기차기는 어디에서나 아무 때나 가능하여 주로 겨울에서 봄시일에 즐기는 놀이로 더욱 발전하였다. 추운 날씨에 집밖에서 공을 차면서 땀을 내고 체력을 기르며 건강도 유지 한 것이다.

제기를 차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잘 알겠지만 차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발들고차기, 외발차기, 뒷발차기가 있다. 제기는 한사람씩 차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동네 차기를 하기도 한다.

한 번 차고 땅을 딛고 또 차고 땅을 딛는 제기차기를 ‘땅강아지’, 두 발을 번갈아 가며 차는 것을 ‘어지자지’, 땅을 딛지 않고 계속 차는 것을 ‘헐랭이’라고도 한다. 이 밖에 한번 차서 제기를 입에 물었다가 다시차고 다시차서 입에 무는 ‘물지기’, 키를 넘게 올려나는 ‘키지기’, 차서 머리 위에 얹었다가 떨어뜨려 다시 차는 `언지기‘도 있다.

잘 차는 사람은 한가지 만으로 몇 백까지 차는데, 차 올린 제기를 머리 위나 어깨로 받아서 한 참씩 다리를 쉬거나 발 안쪽과 바깥쪽 발등과 발뒷축 또는 무릎으로 차는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내기 차기를 하여 진쪽에서는 ‘종들이기’라는 벌칙을 받는다. 종들이기는 진 사람이 상대방의 서너걸음 앞에서 제기를 발 앞부리에 던지면 이긴사람은 이것을 앞으로 멀리 차낸다.

진쪽이 그것을 잡지 못하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제기를 드려야 한다. 이긴 쪽에서는 찬 제기를 잡히거나 헛발질을 하면 죽는다. 이 때 진쪽은 종의 입장에서 벗어나고 다시 내기를 시작한다.

만약 차는 쪽에서 죽지 않으면 혼자서 몇 번이고 차다가 주위의 자기 편에게 넘기기도 한다. 진 쪽에서는 이것을 받아 찬 사람에게 까지 종들이기를 한다.

요즈음 학생들이야 학원에 가야 하고, 컴퓨터방에 게임해야 하고 보충수업에 매달려야 하니 조상들의 낭만(浪漫)스러운 놀이쯤이야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