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참, 그때는 그랬다지.
열여섯 살 금귀걸이 가야 소녀는
순백 속곳 백일홍 꽃물로 적셔보지도 못하고
주인의 먼 길에 동행했다지.
누구나 시간의 너울 타고 흐르다가 저절로 순순히
흙빛을 만나는 일은 참 쓸쓸한 것인데
그 소녀는 깨알 같은 그 맛 알았을까나.
빨간 산딸기 흐드러진 숲에 쪼그리고 앉아
진저리치며 오줌 누던 상쾌함 가슴에 묻고
질그릇 목긴항아리 빚던 더벅머리 사내아이의
그윽하게 다가오던 착한 눈매 뒤로하고
그리도 그리던 꽃잠 한 번 자 보지 못하고
숨결 물려준 어버이 뜨거운 눈물 뿌리치고
차가운 땅속으로 어이 들어갔을꼬.
가야 땅 온 누리에는 수천수만 송이 오색 꽃들이 피고
맑은 영혼 올라간 하늘에서 황홀한 별들은 쏟아지는데
한갓 껴묻거리가 되어 너 떠난 이곳에 서니
철렁, 천 길 낭떠러지에 선 아찔함
그리운 가야 가시내 너를 생각하니
빈속에 청양고추 먹은 듯
왜 이리도 아리고 아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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