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이의 5백원'
`해인이의 5백원'
  • 예천신문
  • 승인 2013.07.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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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임정희 참길지역아동센터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초복 전날이었다.

평소 잘 씻지 않는 해인이(가명)가 마음에 걸려 며칠을 벼르다 해인이와 또래 2명을 데리고 대중 목욕탕에 갔다.

물장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참새처럼 재잘거렸다. 해인이에게 손이 닿는 곳은 직접 씻고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은 내가 씻겨주겠다고 했다.

해인이의 등을 밀자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헤헤거렸다.

해인이는 사정상 부모와 떨어져서 조부모와 생활하는데 요즘은 할머니마저 편찮으신 것 같았다.
우리 셋은 목욕탕에서 몸매 자랑도 하고, 몸무게도 재어 보고, 기분 좋게 아동센터로 돌아왔다.
급식으로 오리백숙을 맛있게 먹고 아이들은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해인이가 징징거리며 돌아다녔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돈 5백원이 없어졌다고 했다. 해인이 주머니이니 누가 가져갈 리도 없고 해인이 실수로 빠뜨린 것 같아 어쩔 수 없으니 조심해서 집에 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해인이는 울면서 5백원 찾아야 한다며 센터를 돌아다녔다.

다른 선생님도 다 퇴근하고 나도 모임시간이 되어 가야 했다. `찾았다고 하고 5백원을 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돈 개념을 알게 하려면 안 되겠다 싶었다.

해인이에게 어떻게 해 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해인이는 “선생님이 목욕탕에 데리고 갔으니 선생님이 책임져야죠”라고 했다. 잠시 당황했다.

얼마 전이었다. 해인이는 센터선생님에게 천원을 빌려 갚지 않아서 “해인아, 선생님께 빌려간 돈을 갚아야지. 돈 있니?”라고 하니 말없이 돈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빌린 돈은 꼭 갚아야 하는 거야. 그건 약속이거든”이라고 했더니 마지못해 주고는 “어른은 돈이 많은데 아이에게 돈을 받는다”고 하면서 앙앙 운 적이 있다.

해인이에게 바른 사고를 심어주기 위해 일관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초코파이를 손에 쥐어 집으로 보냈다. 모임을 하면서도 내내 해인이 생각으로 마음이 불편했다.

모임을 마치고 집에 와서 해인이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해인이의 목소리가 밝았다.
해인이처럼 부모와 함께 생활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고를 심어 주어서 반듯한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매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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