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다식(松花茶食)
송화다식(松花茶食)
  • 예천신문
  • 승인 2013.08.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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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수필// 이채우(예천읍 중앙로)

올해 어버이 날 바로 뒷날이었다. 예천읍 용산리 고향집에 올라가 대문 열고 들어서니 닭장에서 `꼬기요, 꼬끼요’ 하면서 수탉이 울어댔다. 마치 `나는 행복해요'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럴 것이 수탉 한 마리가 암탉 다섯 마리를 거느리고 있는 일부다처(一夫多妻)이면서도 조금도 다툼이 없는 닭집이니 그럴 듯 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 뒤 암탉 한 마리가 꼬꼬댁 꼬꼬댁 거렸다. 알 낳는 내실에서 뛰어나오며 외치는 소리가 마치 “내가 알 낳았다”고 세상에 알리는 소리 같았다.

수탉은 그 소리를 듣고 낮은 소리로 `꾹-꾹-꾹' 하면서 한 쪽 다리로 비스듬히 한 쪽 날개를 펴 툭툭 치면서 암탉에게 `고생했어, 수고했어, 사랑해’라고 하는 듯했다.

닭장 안 행복한 가정을 보고 즐기다가 닭에게 물을 주려고 떠놓은 물을 가지러 가 보니 웬일인가? 물 위에 노랗게 송화가루가 떠 있어 마강가에 심어놓은 소나무 위를 쳐다보니 가지마다 송화가 무수히 피었는데 햇빛을 많이 받은 쪽 송화는 이미 바람에 날려 온통 노란가루가 지붕 위 베란다 바닥에 내려 앉았다.

상추와 쑥갓을 파종하려던 계획을 뒤로 미루고 작업복을 갈아 입고 맥고모를 눌러 쓰고 소나무 밑에 사다리를 놓고 큰 비닐봉투를 찾아들고 올라가 송화를 따 비닐봉투를 채웠다.

작년에도 한 되 정도 송화를 따서 아내에게 맡겼더니 송화가루에 꿀을 섞어 다식을 만들었다. 그걸 투명플라스틱 용기에 가지런히 넣었더니 재롱스럽기 한이 없으며, 몇 십 만원을 주고도 사지 못할 고급 한과 송화다식 상자가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아내를 향해 평소 생각지도 말하기도 어색하여 가슴속에 숨겨 두었던 “사랑해, 수고했어”라고 말했다. 이어서 “당신을 다식 만들기 재능을 보유한 무형문화재로 신청을 해야겠어. 사랑해”하고 등을 두드렸다. 지금 생각해도 내 입이 어찌 열렸는지? 의아하다.

그랬더니 만들어놓은 다식 몇 개를 접시에 내어놓으며 잡숴보란다. 하나 집어 입에 넣으니 송화가루가 꿀과 함께 덩어리가 된 것이라 솔잎향이 나면서 정말 꿀맛 같았다.

아들 딸 자녀들이 휴일에 집에 와서 먹어보고 참 맛있다고 부모 기분을 맞춰 주었다.

그 후 선조님들 기고(제사) 때 다식이 제사상에 오르고, 집에 귀한 손님이 오면 차 한 잔과 송화다식 접시를 함께 내어 놓으면 맛을 보고 “이거 송화다식 아니냐”고 하면 자초지종을 얘기한다.

손님은 귀한 것을 먹어보게 되었다며 맛있게 먹는다. 귀한 것 먹고 간다며 기쁜 마음으로 손을 흔드니 마음이 더 즐거웠다.

올해도 따놓은 송화를 햇볕에 1주일 가량 말려 갓난아이 돌보듯 하여 얻은 송화가루가 1되 반 정도를 얻었다.

이 송화가루가 송화다식이 되어 우리 팔순 노부부의 `의'를 더욱 돈독히 하였음은 물론 우리 집의 전통 한과로 후대에까지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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