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海觀)
해관(海觀)
  • 예천신문
  • 승인 2014.04.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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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광장// 도용훈(예천읍 서본리)

지난해 한 달 정도 입이 비뚤어 졌었습니다. 그래서 한 동안 바람 풍(風)을 `바람 피융’으로 발음했지요.
나는 그 때부터 말도 술도 더욱 조심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인내했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오늘 아침 대형 여객선이 침몰됐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 얼마 후 승객 대부분이 구조되었다는 보도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후에 많은 학생의 생사가 불명이라는 뉴스가 나와 다시 놀랐습니다. TV에서 울부짖는 학부모를 보며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나는 이십대 청년시절, 대학을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함정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었기에 사고 선박에서 제일 먼저 탈출한 여객선 `선장의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이 바로 이 사회의 어른인가 라는 생각을했습니다.

그도 한때는 총 들고 싸웠고, 또 조국 발전에 기여 했노라고 아들, 손자에게 자랑했었겠지만 사실은 막내 딸 같은 나이의 안내원, 교사보다도 못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까지 `나이를 앞세워’ 뻥을 치고 권리만 주장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부끄럽습니다.

그나마 우리 세대의 박 근혜 대통령께서 분노한 실종자 가족 앞에 나타난 것은 참 잘 했습니다. 남자 대통령이라면 멱살 잡힐까봐 겁이 나서 못 갔을 테지만, 여성이고 한 성질하는 분이니까 갔습니다. 앞으로 `그 성질’로 이 사회의 기강을 다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선박 사고에서 보듯이 지도자는 능력도 있고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배는 전복되고, 선장은 막강한 권한으로 `그대로 조용히 있으라.’는 말로 순진한 학생, 승객 다 죽게 만들고 자기와 선원들은 슬쩍 빠져 나갑니다. 선장도 `패거리’도 다 나쁩니다.

우리 예천도 그 동안 수많은 군수, 국회의원, 의원 등의 지도자가 있었지만 때로는 능력이 부족했거나 군(郡)과 군민 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정체성 부족’으로 지금의 쪼그라든 예천을 만든 분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다 가고 없지만, 우리는 그 많은 실패의 경험을 갖고도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랬었기에 이번 선거에서는 당면한 도청신도시문제, 통합문제, 그 이후를 고려하여 능력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는 정체성을 갖춘 `훌륭한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기대합니다.

예전에 어느 지역 유지 분의 호(號)가 해관(海觀)이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얼마 전 내가 본 `관상’이라는 영화에서 조선 제일의 관상가가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파도만 보았지 그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은 보지 못했다.’는 독백을 했습니다.

그 분께서 해관이라는 호를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지만, 주역에서는 해관을 눈에 보이는 파도, 바람뿐만 아니라 바다 속에서 일어나는 오묘한 일 까지도 알 수 있는 큰 지혜라고 말 합니다. 쉽게 말하면, `철들었다 또는 철들어라’는 뜻이지요.

이제 며칠 후면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한천 변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꽃이 피고, 지고, 또 핍니다. 비록 지금 남해 바다에는 세찬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칠지만 곧 평화가 찾아오겠지요.

자비하신 부처님, 우리 예천 군민 모두는 `두 손 모아’ 어린 학생, 승객의 명복을 빌고, 또 무사히 귀환하기를 발원(Hope)합니다. 군민은, 예천에 훌륭한 지도자가 더 많이 있기를 원합니다. 대한민국은 좀 더 성숙했으면 좋겠지요. 그리고…, `군민 모두 해관(海觀) 하십시오.’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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