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행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행
  • 예천신문
  • 승인 2016.05.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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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 찬 주(용문면 복천길 70)   ·UNICA KOREA한국본부장   ·한국문인협회 회원(수필분과)  ·Grand OFF세계독립영화 국제   심사위원   ·초당기념관 대표
 지금까지 나는 전 세계 50개국 이상을 여행했다.

 대부분은 업무와 관련된 것들이지만 어쨌든 내게는 행운이다.

 대학에서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가끔 해외여행을 하게 되는데, 신기한 것은 같은 곳을 가게 되더라도 그 여행지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마흔 살에 본 것과 쉰 살 나이에 본 것이 다르고 칠십 나이에 본 것이 다르다. 여행지가 상전벽해 했다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여행은 인생관을 바꾸어준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역사와 예술작품도 접하지만 결국 만나는 것은 사람이다.

 젊은 시절에는 경관에 넋을 잃었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그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것을 통해서 여유도 생기고 남을 받아주는 넉넉함도 생긴다.

 나는 해외에 나갈 때는 반드시 카메라를 가지고 간다. 내가 어느 나라 어느 곳을 다녀왔다는 증거를 카메라로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은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
 

 렌즈를 통해서 보는 세상은 깊고 그윽하다.
 

 렌즈를 통해서 나는 제 3자가 되기도 하고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구경꾼도 되지만 나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렌즈는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좇는 습성이 있다. 잘 짜여진 구도와 적당한 빛을 선택하게 한다.

 렌즈는 맨눈으로는 잡을 수 없는 풍광을 잡아준다. 흘끗 지나버린 풍광을 잡아두었다가 언젠가는 다시꺼내서 보여준다. 그게 렌즈의 마력이다.

 카메라는 여행을 진지하게 해준다.

 사물을 흘려 보는 것을 렌즈는 용납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보고 담으라고 요구한다.

 물론 그것은 '심상의 렌즈'만은 못하지만.

 어쨌든 여행은 사물을 다시 보게 만들고, 다시 보는 사물은 새로운 철학을 내 영혼의 양식으로 제공한다.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이를 잊는데도 여행이 최고다. 누구나 여행을 앞에 두고는 아이가 되니까 말이다.

 여행지 중 잊을 수 없는 곳 중의 하나가 캐나다를 통해서 간 록키산맥 종주이다.

 1993년 7월이었는데 당시 우리 일행23명은 보통 15일 걸린다는 록키산맥 종주를 7일 만에 해냈다. 아침 8시에 출발해 밤 9시까지 진행되는 강행군이었다.

 불과 20여 년 전 일이지만 지금 다시 하라면 아마 못할 것이다.

 스파헷츠 폭포의 아찔함, 롭슨 산의 웅자함, 제스퍼 국립공원의 방대함, 메디신 호수의 광활함, 에메랄드 호수의 투명함 등 끝없이 이어지는 원시림과 빙하, 만년설 등의 모습은 지금도 선하다.

 죽은 뒤에 그곳에 묻어달라는 유언이라도 남기고 싶을만큼 예천 촌놈에게 그곳은 그야말로 신천지였다.

 록키산맥이 원시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규제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흡연이 강력하게 금지됐고, 건물의 신축이 불허됐다.

 좀 더 안락한 숙박시설이 있어도 좋으련만 그런 '인간의 욕망'은 충족될 수 없었다. 아마 적당한 타협으로 인간의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 록키산맥의 파괴도 시작될 것이다.

 록키산맥 여행에서 얻은 교훈은 아름다운 자연을 위해서는 인간 욕망의 절제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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