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
나의 행복
  • 예천신문
  • 승인 2016.06.1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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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주 ·UNICA KOREA한국본부장 ·한국문인협회 회원(수필분과)  ·Grand OFF세계독립영화 국제 심사위원 ·초당기념관 대표
 어느새 내 나이 傘壽(산수)를 넘긴 여든하나이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 중에 하나가 친구의 問喪(문상)을 가는 일일 것이다.

 나 역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문상을 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곳에 가면 살아 있는 친구들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죽은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참 착한 친구였다느니, 일을 열심히 한 친구였다느니, 하는 등의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가끔 나는 '만약 지금 내가 저 죽어 있는 친구의 자리에 있다면 내 친구들은 나에 대해 무어라고 얘기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나는 나의 지인들이 내 죽음 앞에서 내 삶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릴까가 궁금하다.

 그 궁금함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아프게 한 사람은 없는가, 본의 아니게 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는가, 하는 등의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고백하건대, 솔직히 나는 세상 앞에 떳떳할 자신이 없다.

 내가 법을 어기지 않고, 가능하면 남들에게 베풀면서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할지라도, 떳떳할 자신은 없다.

 내 의지가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내가 어떻게 알 것인가.

 심심풀이로 연못에 내가 돌을 던졌을 때 그 연못 속의 개구리가 그 돌에 안 맞았을 거라고 누가 보장을 하겠는가.

 그런 생각들은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내 인생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지만, 남은 인생을 열심히 그리고 바르게 살도록 하는 채찍이 된다.

 글을 쓰다가 문득 한강이 보이는 창밖을 내다본다.

 푸른 강물이 흐르고 있고, 멀리 산들도 보인다. 아하,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게 나의 존재, 내가 살아 있다는 존재를 확인시켜 주기도 하지만 아파트 창밖으로 펼쳐지는 강물, 산 등 내 눈에 잡히는 피사체들도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 주는구나.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은.

 잠시 글쓰기를 접고 한강변을 거닐었다. 젊은 시절, 내가 한강변을 걸을 때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였으리라.

 그러나 오늘 나는 혼자 강변을 걷는다. 터덜터덜 혼자 걷는다. 걷다가 산을 보고 그 산에 맞닿아 있는 하늘을 본다.

 그곳에는 내가 살아오며 겪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걸려 있다. 아, 아직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이렇게 내가 추억할 사람들이 많구나. 그날 나는 행복을 내 눈 앞에서, 내 마음속에서 찾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 고향은 경북 예천군 용문면 성현동 복천마을이라는 곳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고향은 나이를 먹으면서 형형색색의 색깔들이 추억 속에 덧칠해지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깔로 남아 있게 마련이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내 고향의 모습은 이 세상 어느 곳보다도 아름답다.

 그곳에서의 가난도, 노동의 고통도 지금은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내 가슴 한켠에 자리해 있다.
 
얼마 전 고향을 다녀왔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병암정 마루에 올라서서 하염없이 내 고향 복천마을을 바라보았다.

 책보를 허리에 끼고 집 모퉁이를 돌아오는 내 유년의 모습이 보이고, 어머니가 보이고 아버지가 보이고, 형제들이 보였다.

 친구들도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보였다. 내 마음속의 고향은 여전히 포근했다.

 아,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러나 한 세대가 가야 또 한 세대가 오는 법.

 현실의 마을 속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내 역할은 저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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