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법시대의 변화(變化)
영란법시대의 변화(變化)
  • 예천신문
  • 승인 2016.10.21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백오기 유천면 출생 전 재대구예천군민회장 법무법인태양대표변호사
 1997년 우리나라에 외환 보유고가 부족하여 국제통화기금(IMF)으로 부터 돈을 빌리는 소위 'IMT'사태가 발생하였다.

 그 충격으로 국민들의 생활에 엄청난 고통과 변화를 가져왔고, 1999년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매됨으로 해서 'IMF'와'Viagra' 이 두 단어는 우리 국민들의 입에 약방에 감초처럼 자주 오르내렸다.

 이제 이'IMF'와'Viagra' 두 단어 못지않게 우리 국민들의 생활과 의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게 바로'김영란법'이다. 국민들은'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란 긴 단어는 잘 모르지만 '김영란법', 영란법은 익히 들어 어떤 것인지 그 대강은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영란이가 역시 IMF나 Viagra 못지않게 입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앞으로 국민들의 모든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란이가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꾸어 놓는다.

 흔히 잘 나가는 친구를 만나면 주위에서 한턱내라고 한다. '한턱'이란 다른 친구의 몫을 전부 혼자 부담 한다는 뜻이다. 친구들과 모여서 음식을 시켜먹고 음식 값을 계산하지 않으려고 서로 눈치를 보면서 행동을 느리게 하거나, 신발 끈을 천천히 매면서 누가 밥값을 부담하는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경우가 왕왕 있어 왔다. 그건 지금까지 각자가 자기 몫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데 익숙치 않았던 탓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끼리 모이면 대개 자연스럽게 물주가 정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만약 술값이나 밥값을 각자 부담하자는 그런 말이 나오면 쩨쩨하다 고 하거나, 보통은 얻어만 먹고 다니던 친구를 아주 짠 소금으로, 혹은 깐깐하고 옹졸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만나도 그리 반갑게 대하지 않는 것이 일수다. 그래서 보통은 성질이 급하거나, 씀씀이가 큰 친구가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썩 내키지 않지만 한턱(?)을 쏘게 되는데 그 뒤 그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제 지난 9월 28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자기의 몫을 스스로 부담한다고 해서 굳이 그런 좁살같은, 쩨쩨한 인간으로서 취급당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니 달리 생각하는 그 자체가 좀 이상하게 느껴지는 그런 시대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끈끈한 한국의 인정문화, 그간 한국사회에서 깊이 뿌리내린 지연, 학연, 혈연의 연줄문화, 기부문화가 서서히 흔들리게 되지 않을까. 잘못하다가는 씨족단체의 문중모임, 선후배 사랑의 동문회, 애향심으로 뭉쳐진 향우회, 그리고 군민회, 친목단체 등의 서로 친목하고 상부상조하는 조직문화활동을 위축시키는 충격이 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그만큼 이법이 시행되면서 우리시대의 전통적인 관행에 많은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김영란법'을 '더치페이법', 또는 'n분의 1법' 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용어는 한턱내는 것이 보다 더 자연스럽고 익숙해진 우리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단어들이다.

 더치페이는 무엇인가, 이는 한자어로 염출, 갹출(醵出) 이고, 각자가 자기 몫을 따로 계산하여 모아 내는 방식으로 순 한국말로 표현하면 "각자내기"이다. 더치페이(dutch pay )는 더치 트리트(dutch treat)라는 네덜란드에서 유래한 것으로 더치(dutch)는 네덜란드인을, 트르트 (treat)는 '한턱내다, 대접하다'라는 뜻인데 트르트를 페이 즉 지불하다로 바뀐 것를 더치페이로 쓰고 있다.

 그러면 n분의1에서 'n'은 또 무엇인가 하면 n은 영어 'number' 즉 '숫자'의 약자다. n분의1은 일본말로 '뿜빠
이'다.

 'Dutch페이'하는 것은 'n분의 1'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엄격히 보면 다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Dutch페이는 자기가 먹은 것에 대해서만 자기가 지불하는 것을 말하고, 즉 각자가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음료수를 주문했을 경우 음료수 값은 시킨 사람만이 부담한다. n 분의 1은 자기가 먹은 것과 상관없이 전체 액수를 머릿수대로 나누어 내는 것을 말한다.

 어쩌튼 앞으로 김영란법시행을 기점으로 이제 대한민국은 인간관계의 새로운 문화, 새로운 관행이 서서히 자리잡아 가면서 전 보다 인정이 각박해 지고 매말라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런 생각도 든다. 그리고 조직사회에 대해 비교적 관심이 적어지는 반면에 개인주의문화가 점차 자리 잡아가는 각자도생의 사회로 변하여 갈 것이 아닌가.

 우리들도 이젠 지금까지의 뿌리 깊은 관행에서 벗어나 이러한 변화해 가는 시대흐름에 하루빨리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