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번호: 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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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천신문
  • 승인 1999.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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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 : 마산리에서
호수번호 : 9747
내용 : 삼십 년 넘게
가보고 싶어서
마음 속 한 자리 잡고 있던 곳
낙동강가 별천지
마당에 들꽃 피는 분교가 있는 마산리에는
주인 없이 익어가는 길가 밤나무가
먼지 일어나는 흙길과 이야기하면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숨어사는 외톨박이들의 무릉도원인가
오로지 별에서만 보이는 땅
내 벗 아무개는 여기서
새벽마다 안개를 걷고 강을 건너
십 년을 공부하러 다녔는데
여기서 키우던 보랏빛 꿈
지금 어디에서 펼치고 있는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왜 여기 사냐고 물으면
무어라 말할까
늘 푸르디 푸른 저 뫼만 보면
말없이 흐르는 저 가람만 보면
거울 없어도 자신을 볼 수 있는 곳
키 큰 수수는 매운 강바람 맞으며
바야흐로 무거운 머리를 숙이려 한다.
내가 도시에서 얻은 것이 아무리 많다한들
저 수수밭 가에서 머루 따먹고
풀잎이슬에 입술 닦고 있는 참새만큼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장영희, 시인, 풍양면 출생, 부산 데레사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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