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1 : 숲에서
호수번호 : 9879내용 : 산에서 크는 나무는
저보다 먼저 산을 만들며
밝은 햇살에 얼굴을 다듬는다.
나무를 보는 아이야
산을 볼 줄 아는 눈을 떠라
실낱 같은 수맥을 따라
백두대간을 헤맨
어미의 시린 발자국을 찾아
첫 새벽 눈길처럼 딛고 가보아라
속에서 불이 난 민둥산을 보며
고픈 배를 움켜쥐고
잔디 뿌리를 캐어 빈 무쇠솥을 데우면
그 아픈 아우성에 멀어버린
귀가 울리고
늘어진 어미 젖가슴같은 산비탈에
아지랑이 일렁이는 손짓 따라
삼신당에 빌어 너를 얻듯이
어린 솔씨 하나 싹을 틔워
그 푸르름이 눈에 가득하구나.
세월은
보리고개도 눈물 섞어 삼키고
꿈을 추스려 하늘로 팔을 올리며
소리내어 흐르는 강물에
어우러 춤 춘다.
산에서 크는 나무는
어느새 따뜻한 온돌이 뿌리 내리고
내일은 더욱 푸르리라 어깨를 펴며
아이들 틈에
발을 뻗는다.
<유재희, 풍양면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재구예천군민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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