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홍승국)// 흑응산악회 제381회 정기산행 실시
독자투고(홍승국)// 흑응산악회 제381회 정기산행 실시
  • 예천신문
  • 승인 2019.02.1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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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조직한 흑응산악회(회장 홍승국) 제381회 정기산행을 2019년 2월 10일 42명이 참석하여 경주국립공원 내 동대봉산 무장봉에서 실시했다.
 아침 7시 예천을 출발하여 무장봉 입구 주차장에 9시15분 도착하니 입춘이 지났으나 새벽에는 막바지 추위로 추웠으나 무장봉에 도착하니 따뜻하며 화창한 날씨로 여유로움 속에서 산행을 하였다.

 

 장봉은 경주국립공원의 억새 명산이다. 624m로 높지 않지만 주능선에 닿으면 펼쳐지는 너른 억새밭은 무장봉을 영남의 새로운 억새 명산으로 떠오르게 했다. 특히 2008년 경주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등산로가 정비되어 가을이면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또 산행이 수월하면서도 경치가 좋아, 초보자나 가족을 동반한 억새산행지로 영남권에서 인기 있다. 2009년 방영된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이기도 하며 경주국립공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태종 무열왕 김춘추는 통일을 이룬 후 무기를 이 산에 숨겼다고 한다. 투구 무鍪, 감출 장藏 자를 쓰는 무장사鍪藏寺와 산 이름의 유래다. 설득력 있는 것이 무장봉은 경주에서 가까우면서도 산이 깊고 실타래처럼 골과 능선이 흘러 내려 이곳 지형에 밝은이가 아니면 길 찾기가 쉽지 않다. 골이 깊은 데 반해 경사가 완만해 무기를 옮기기도 수월했을 것이다. 명석했던 김춘추가 무기를 숨긴 산답다.

 무장봉은 경주와 포항의 경계에 있으나 산행은 경주시 암곡동에서 무장골을 따라 오르는 원점회귀 산행이 대부분이다. 무장봉 입구의 주차장을 지나면 길게 콘크리트길이 이어진다. 비슷한 풍경의 갈림길이 많아 길 찾기가 모호하지만 국립공원 특유의 짙은 갈색 목재 이정표가 방향을 알려 준다.
 산행은 암곡지킴터에서 계곡을 가로지르며 시작된다. 계곡 곁으로 난 임도를 따라간다. 무장봉 일대는 사유지와 국유림이 섞여 있는데 1980년대까지 오리온목장이 있었다. 이후 일대가 상수원보호지역이 되면서 없어졌다. 목장 터였기에 초원이 많고 정상 언저리까지 임도가 나있다. 부담 없는 임도산행이라 일행과 얘기를 나누며 가볍게 오르기 좋다. 이곳을 암곡暗谷동이라 하는데 깊고 어두운 계곡이라는 의미다. 숲이 울창해 임도가 없었다면 한낮에도 어두운 산길이었을 것이다.
 임도 따르기가 지루해질 즈음 무장사지가 나온다. 무장사지에는 두 개의 보물이 있는데 아미타불 조상 사적비 이수 및 귀부와 삼층석탑이다. 1915년 여기서 무장사 아미타불 조상 사적비라는 비석의 조각을 발견해 절 이름이 무장사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무장사 비석 귀부의 머리는 용 모양인데, 두 마리 거북 등의 비를 받치던 둘레에는 십이지신상을 조각한 것이 특이하다. 비문은 마모가 심해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신라 소성왕의 왕비인 계화부인이 소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아미타불상을 만들어 무장사에 모신 내력을 새긴 것이다. 비 조각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삼층석탑은 무너진 채 깨어져 오랜 세월 방치되어 있던 것을 1963년 일부 부재를 보충해 다시 세웠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무장봉의 진짜 보물인 억새초원이다. 산 아래에서는 주능선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막상 주릉에 닿으면 딴 세상처럼 시야가 트인 부드러운 굴곡의 억새밭이 산객을 맞는다. 능선을 따라가는 억새길은 신라 왕실의 기품을 갖춘 금빛처럼 부드럽게 물결친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에 땀이 주르륵 흐를 때쯤 휴식 같은 숲이 나온다. 숲 부근에 너른 공터가 있다. 북동으로 포항제철과 영일만이 보이고, 산등성이를 따라 시선을 좇으면 도투락목장의 초원이 대머리 신사처럼 멀쑥하다. 고도를 높일수록 오르막은 굽이돈다. 그러나 길이 널찍하고 풍경이 여유로워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맞은편 초원엔 폐가 같은 건물 있다. 목장이 있던 시절 관리동이었다고 한다. 무장봉 줄기는 경주국립공원과 포항시의 경계이며 능선 너머는 사유지다.

 오를수록 풍경은 시원해진다. 너른 억새평원과 동해까지 보여 눈을 시원하게 한다. 정상은 큰 헐떡임 없이 올라설 수 있다. 원형의 둥근 잔디밭 가운데 흰색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에는 ‘동대봉산 무장봉’이라 새겨져 있다. 원래 무장산이라 불렸으나 동대봉산에 딸린 봉우리가 맞다는 의견이 대세가 되어 동대봉산 무장봉이 되었다.
하산길로 접어들면 임도가 끝나고 좁은 산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흙길이라 금방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다. 무장봉 원점회귀산행은 11km이며, 4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까지 완만한 임도가 나있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하산길은 위험하진 않지만 가파른 흙길이라 미끄러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능선은 억새초원이 대부분이라 뙤약볕을 막을 모자나 선크림 등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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