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있어 행복한 인생
봄이 있어 행복한 인생
  • 예천신문
  • 승인 2003.04.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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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뜰에 동백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겹꽃이라 한결 보기가 좋습니다. 비록 가난한 삶을 살고 있어도 이렇게 이른봄에 남보다 먼저 빨간 동백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또 있습니다. 대문 옆에 서 있는 목련나무에 하얀 목련꽃이 피었습니다. 다사로운 봄 햇살을 받으며 피어 있는 흰 꽃봉오리가 너무나 순수하게 보여 엄숙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으며 남보다 못 가진 허전함을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갑니다.

겨우내 텅빈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봄은 아이들의 다정한 친구인가 봅니다. 겨우내 집에만 있던 아이들을 자꾸 불러내고 있습니다. 봄볕 속에 뛰어 노는 아이들의 얼굴이 동백꽃이나 목련꽃처럼 신선해 보입니다.

어제는 팬지꽃 몇 포기를 사와 뜰에 심었습니다. 심은 곳이 지난 가을 낙엽들을 모아 묻어 두었던 곳이라 거름 냄새가 확 났습니다. 봄에 맡는 거름 냄새는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정성을 들여 심고 물까지 충분하게 주었으니 우리 집에 봄을 넉넉하게 가져다 주리라 생각합니다.

소녀의 치맛자락처럼 하늘거리는 봄바람이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다가오는 일요일에는 고향에서 함께 자란 옛 벗 몇을 초청해 다정한 웃음으로 마주 앉아 동백꽃을 바라보며 목련꽃 같은 순백의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동백꽃과 목련꽃 이야기가 끝나면 눈길을 대문 위에 심어 놓은 노란 개나리로 돌려 노란 이야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다 집 주위의 봄 이야기가 끝나면 우리는 고향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고향 마을 어귀에 있는 산수유 노란색 꽃을 떠올리고, 마을 뒷산에 머지않아 피어날 연분홍의 진달래꽃과 과수원에서 필 배꽃과 복숭아꽃 이야기도 나눌 것입니다.

이렇게 고향 마을의 봄꽃 이야기를 하는 사이 봄이 우리들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을 확인할 것입니다. 그리고 땅속에서 곧 솟아 나올 새싹들을 생각하며, 어린 시절의 꿈과 현실을 비교하면서 참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논하여 볼 것입니다.

봄이 사방에서 흥건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굳은 땅속에서 씨앗이 움을 틔우고, 마른 나무 가지 끝에서 초록의 싹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인 이석은 ‘봄길’이란 시에서 `봄 길 고향의 길은 / 가도 가도 고향이다. // 이제 너는 어디로 가도 봄이다. / 한 마리 작은 새가 되어도 좋다. / 하지만 끝없는 허망에 솟는 / 종달새야 나는 너처럼 / 밑도 끝도 없이 뛰놀며 / 제 노래 제 장단에 취하다가 / 오늘처럼 외롭게 / 고향의 길만 걷는다. / 주막집 버드나무 홀로 늙었지만 / 고향의 산천은 더 젊어 있다.' 라고 고향의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고향의 봄은 맑은 개울물처럼 시간의 흐름을 씻어주고 있습니다. 화사한 봄을 만나 우리들 가슴속에 감추어둔 꿈과 사랑을 찾아봅시다. 현실이 이상과 달라 가슴 아프게 할 지라도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행복한 봄을 만나봅시다. 그리고 우리 봄이 주는 선물을 놓치지 맙시다.

벚꽃나무 위에 연분홍 안개가 아롱거리고 개나리꽃 나무 위에는 연노랑의 안개가 아롱거리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 햇살이 다른 의미로 삶의 의욕을 돋워 주고 있습니다. 우리 힘차게 봄 위를 달려봅시다. 고개를 젖히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꿈과 행복이 내 가슴속에 있음을 확인합시다.

집 뜰이나 주위의 빈 공간에 봄이 지난 후에도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꽃씨를 심는 삶의 여유도 가져봅시다. 남몰래 심은 꽃씨가 희망으로 다가와 행복과 아름다움으로 나에게 웃음을 선물할 때 삶이 행복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인생은 봄이 있어 행복합니다.

<전상준, 고령중 교사, 풍양면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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