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덕산
봉덕산
  • 예천신문
  • 승인 2003.04.2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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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예천읍에 위치한 봉덕산에 올랐다.
평소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새삼 봄의 정경이 참 멋있어 보인다.
온갖 나무와 꽃 그리고 이제 막 얼굴을 내민 이름 모를 풀들, 이 모두가 벌써부터 계절의 전령사들처럼 봄의 행진을 빠른 속도로 알려오고 있는 듯하다.

군데마다 피어난 진달래가 저마다 가냘픈 허리를 일렁이며 나풀거리는 꽃송이와 솔가지 사이로 묻어 나온 싱그러운 솔 향기에 금방 어린시절처럼 설레임에 젖어드는 듯하다.

봉덕산은 해발 3백73m로 나지막한 산인에도 예천 시가지와 사방의 주변들을 한눈에 바라 볼 수 있어서 좋다.

새해 첫날 군민의 평안과 풍년농사를 염원하는 기원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낙동강 상류의 발원지이기도한 내성천이 백사장과 함께 큰 맥을 이루어 한없이 흘러가고 얕은 산들과 다닥다닥 연결되어 있는 농경지들이 이제 막 연 초록색으로 하루가 다르게 채색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농민들이 곳곳에 펼쳐 놓은 하얀 비닐이 광채를 더하고있어 더욱 봄의 깊이를 느낀다.
시내를 내려다보니 큰 쟁반을 내려놓은 것처럼 생긴 종합운동장이 돋보이고 도심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한천을 끼고 가파른 남산언덕에 서있는 팔각정은 낙화암을 연상하게 한다.

도로 위를 오가는 차량들은 마치 크고 작은 개미떼들이 한가로이 오가는 것처럼 평온해 보인다.

그리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 몇 채가 여기 저기 놓여져 있고 형형색색의 작은 지붕들은 아직도 농촌 내음을 풍기는 듯 아늑해 보인다.

그래서 예천은 정이 묻어 나오고 삶의 향기가 서린 소박한 도시인가 보다.

아름다운 풍경에 나는 일순간 한결 홀가분해지고 초연한 생각들로 바뀌어져 있음을 느끼면서 세상살이를 이렇게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모든 일들이 여유롭고 넉넉해져 웬만한 근심들은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저 아래 오밀조밀한 곳에 내려가더라도 성급해지거나 욕심의 그늘에 빠져들지 말아야지 하면서 내 발걸음은 도심으로 향하고 있었다.

<길성균, 농산물품질관리원 문경예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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