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내가 노력한 만큼 돌려 받는 일
농사는 내가 노력한 만큼 돌려 받는 일
  • 전동재
  • 승인 2023.05.25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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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신문이 만난 사람// 예천읍 우계리 돼지꽃밭 신혜영 대표

“집에서 노는 여자들은 골병 안 든다더냐,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아도 60 넘으면 안 아픈 사람 없더라.”

귀농 5년 차 ‘돼지꽃밭’ 신혜영 대표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꽃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늙어 골병든다’고 말렸지만 부모님은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라’며 적극 응원해 주셨다.

“꽃꽂이를 1년 정도 배우면서 꽃집을 창업할까 고민했는데 돈도 없고, 손님이 나한테 와야 제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게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신혜영 대표는 부모님이 농사짓던 하우스 두 동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저도 꽃을 팔 자신이 없어서 두 동 중 한 동은 깻잎 농사를 짓고 한 동만 해바라기 농사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수확을 하고 기대와 달리 월급도 안될 것 같은 수익을 손에 쥐면서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아버지가 생각을 달리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한 동이니 그렇지 만약 그게 열 동이라면 월급쟁이가 무슨 수로 그런 돈을 벌겠냐고 하셨는데, 규모를 좀 더 키우면 괜찮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신혜영 대표는 규모를 늘리며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었고, 수익도 늘었다. 하지만 그만큼 일도 늘었고, 바쁠 때는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을 하기도 한다.

“일하는 게 무섭거나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회사 다닐 때도 일이 많은 게 좋고 일정표가 꽉 차 있는 날이 좋았습니다. 내가 이거는 못할 줄 알았는데 다 했어, 그럴 때 오는 내 만족감이 좋습니다.”

어떤 날은 참외 한 개 먹고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일하기도 했다.

“원래 일하기 시작하면 잘 안 먹어요, 배부르면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기 힘들어서요. 그래서 친구들이 가끔 커피 사 들고 와요, 안 그러면 제가 안 쉬는 걸 아니까요.”
꽃 농사를 시작하고 얼마 뒤 코로나가 터지면서 다른 화훼 농가들은 규모를 줄였지만 신혜영 대표는 계속 늘려갔다.

“경매장에서 저더러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하시길래, 면적이 늘은거라고 말했더니 코로나인데도 규모를 늘렸냐고 물으시더라구요, 10억 벌던 사람이 5억 벌면 망한 것 같지만 저는 월급보다 훨씬 많이 버니 괜찮았습니다.”

면적이 늘고 생산량이 늘었지만 아직은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고 있다.

“아직 좋은 품질이 어렵습니다. 꽃 모양이 카탈로그처럼 잘 나와야 하는데, 꽃마다 재배 온도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고 꽃을 따는 방법도 다릅니다. 제가 농사를 늦게 시작했고, 부모님이 꽃 농사를 지어서 제가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많이 죽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몸으로 안 배우면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2백 평씩 지으면서 10년 동안 배울 수 없으니 면적을 늘려서 다양한 사례를 빨리 접하는 겁니다.”

꽃을 출하하기 전에는 경매장에 가서 어떻게 포장하는 게 더 좋은 가격을 받는지 확인하고 인스타를 보며 유행하는 꽃이 어떤 것인지도 알아두고, 모종도 3개월 전에 주문해 수확하면 바로 다른 꽃을 심을 수 있도록 하느라, 머리도 몸도 쉴 새가 없지만 신혜영 대표는 꽃농사를 짓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농사가 좋은 것 같아요.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벌 수 있고, 아이들을 위해 시간도 낼 수가 있고요. 직장 생활은 애들이 아파도 나가려면 눈치 봐야 하는데, 농사는 애들이 필요할 때 시간 내주고 일이야 밤이든 새벽이든 더하면 되니깐요.”

먹지도 못할 것 농사짓는다고 뭐라하시던 동네 어르신도 매출을 들으면 놀라신다는 확신에 찬 신혜영 대표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 꽃길을 걸으려면 열심히 꽃길을 만들어야 된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는 돼지꽃밭 신혜영 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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