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 가지고 하는 일, 언제나 최선
자부심 가지고 하는 일, 언제나 최선
  • 예천신문
  • 승인 2023.06.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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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신문이 만난 사람// 감천면 유동장어구이 권관섭 대표
▲ 권관섭 대표는 직접  농사 지은 것들로 반찬거리의  50% 이상을 만들고 있다.
▲ 권관섭 대표는 직접 농사 지은 것들로 반찬거리의 50% 이상을 만들고 있다.

“장어라고 다 똑같은 장어가 아닙니다. 소도 종류가 다르고 등급이 다르듯이 장어도 그렇습니다. 우리 집은 ‘자포니카 종’을 쓰는데 진짜 민물에서 자라던 뱀장어입니다.”

유동장어구이 권관섭 대표는 자포니카종이 느끼한 맛이 적고, 고소하고 담백해서 자포니카 종만 고집한다.

“자연산 장어는 큰 게 비싼데 양식 장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킬로(1kg)에 1마리에서 2마리 짜리는 탕용으로 많이 쓰고 대부분의 장어전문점은 구이용으로 2.5마리에서 3.5마리 짜리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키로에 4마리에서 5마리 정도 하는 것을 씁니다. 구이용으로는 최고급으로 치는 것인데 전국에서 5% 정도만 사용합니다. 장어를 많이 드셔보신 분들은 한 입만 먹어도 차이를 느끼십니다. 저는 이것에 대한 자부심이 큽니다.”

양식장어는 치어가 비싸 같은 무게면 마릿수가 많을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 크게 날때는 1인분에 5천원 이상의 원가 차이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의 기본이 재료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권관섭 대표는  한 번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본 반찬에 장어구이가 나오고 밥을 시키면 된장찌개와 장어탕이 같이 나옵니다.”

장어는 묽은 초벌 양념을 앞뒤로 발라 5번을 구워 재워둔 다음 손님이 오면 본 양념을 발라 앞뒤로 세 번 더 구워 나간다.

“음식은 불에서 맛이 많이 좌우가 됩니다. 장어도 굽기가 무척 까다롭습니다. 육질에 따라 익는 시간도 달라 그때그때 불 높이를 조절해가며 굽습니다.”
손님들이 직접 구워 먹으면 일하는 입장에서는 편하겠지만 더 맛있는 장어를 대접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 손님들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구워서 내놓는다.

“장어를 드시다 가시가 나오는 건 크기가 큰 것들입니다. 우리는 가시가 씹히지 않습니다. 작은 건 구울 때 가시가 녹아내리기 때문이죠.”

또 구이만큼 권관섭 사장이 공을 들이는 게 바로 장어탕이다. 탕은 공기밥을 시키면 된장찌개와 함께 나온다.

“탕은 장어의 머리와 뼈를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정도 우려낸 겁니다. 탕을 안 드시는 분들을 보면 장어의 영양가를 절반밖에 안 드시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습니다.”

권관섭 사장과 직원들도 매일 한 그릇씩 탕을 먹는다. 다른 집처럼 우거지나 양념을 많이 넣지 않고 맑은 탕으로 끓여내는데 이것 역시 담백하고 고소하다.
탕만 따로 판매하지는 않지만 탕 때문에 온다고 말하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손님이 식사하고 난 후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그릇들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또 배부른 손님이 잘 먹었다고 인사 해줄 때, 아흔이 넘은 어르신이 오셔서 장어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드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권관섭 대표는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자부심을 느낀다.

“비록 음식장사를 하지만, 자부심 이런 게 없으면 오래 가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자신이 먹어 남들에게 내놔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 입에 좀 그런 걸 손님상에 내놓으면, 손님이 다 드시고 나가실 때까지 제가 계속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눈치 안 보고 떳떳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권관섭 사장의 말이 고소하고 담백하게 마음을 울린다. 손님이 많다는 말보다는 몇 십 년 된 단골이 많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게 어울리는 ‘유동장어구이’. 몇 십 년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집을 발견한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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