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번호: 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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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천신문
  • 승인 1999.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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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 : 예천농협 공판장 '잡곡 수매장'
호수번호 : 10656
내용 : 2일 오전 8시 30분. 예천읍 서본리 예천농협 공판장 마당에는 잡곡을 팔러나온 농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2일, 7일 예천장날마다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앞 쪽에선 예천농협 판매계 직원들이 부지런히 앉은뱅이 저울에 무게를 달아 `농산물 수매 전표'를 끊어주고, 뒤쪽에는 새로 도착한 곡식 자루와 보따리, 비닐봉지들이 줄을 잇는다. 그렇다고 난전처럼 번잡스럽진 않다. 차례차례 줄을 서기 때문이다.

예천농협에서 이처럼 지역 잡곡을 수매해 거래처에 공급해온 지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해는 가을에만 40억원어치에 달하는 잡곡을 수매했으며, 올 가을에는 농산물 가격이 올라 약 1백억원어치에 이를 전망이다.

한 할머니가 “아저씨 가격을 좀 잘 쳐 주소” 라고 하자 품질을 검사해 값을 매기던 안승국 대리가 “할매는 가만히 계셔도 이뻐서 가격 더 쳐 줄라 그랬어요”라며 장단을 맞췄다.

판매계 직원 안승국(35) 오상호(35) 대리는 한 눈에 곡식의 품질과 상태를 알아볼 정도로 이 계통에선 프로로 통한다. 뿐만 아니라 잡곡을 팔러 온 농민들의 마음도 잘 헤아려 웃음꽃이 활짝 피게 하는 재주도 뛰어나다.

이 곳에서 수매된 잡곡은 일정 규격으로 깨끗하게 포장돼 서울, 부산, 대구 등지의 거래처로 공급된다. 예천에서 생산된 잡곡은 품질이 좋아 거래처에서 무척 인기가 높다.

현재 예천농협에서 수매하는 잡곡은 참깨, 흑임자, 들깨, 팥, 알땅콩, 속청, 흑태(검은콩), 백태(흰콩), 유태(기름콩), 서목태(쥐눈이콩), 울콩, 불콩, 피율무, 피기장, 녹두, 흑미, 청차조, 피차조, 메조, 피메조, 피수수, 찰벼, 보리쌀, 찹쌀, 현미찹쌀 등 22개 품목. 이 중에서 녹두, 기장, 율무, 흑미 등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만으로는 공급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날 잡곡 시세 중 검은참깨는 2만 8천원(상품 1kg), 흰깨는 2만 5∼6천원에 수매돼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팥은 8천5백원∼9천원에 수매되는 등 잦은 비로 작황이 부진한 잡곡은 지난해 보다 값이 3배 가까이 뛴 것도 꽤 있다.

최병홍(55) 판매과장은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제 값 못 받고 판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안정된 가격으로 농가에 보탬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 직원들은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잡곡이 좋은 값을 받기 위해선 벌레 먹은 것이나 깨진 것을 골라내고 잘 말려야 된다”고 당부했다.

수매가 있는 날 최병홍 과장을 비롯 이오수(50)·안승국·오상호 대리는 오전 8시까지 수매 채비를 마친다. 수매는 대략 오전 8시 20분부터 시작해 오후 3시 무렵 끝이(퇴근 시간까지 수매함) 난다.

농협 수매가 농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정착되자 이젠 시장의 잡곡시세를 주도하게 됐으며, 인근 영주, 구담 등지의 농민들도 이 곳을 이용할 정도가 됐다.

이날 차조를 팔러 온 예천읍 지내리 손태순(79) 할머니는 “잡곡을 정확히 달아 무게대로 돈을 쳐주기 때문에 속을 염려가 없고 가격도 좋아 꼭 이 곳에서 곡식을 판다”며 “우리 같은 농민들에겐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곳”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천농협은 본소 공판장까지 오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11월 한달 동안 지점별 수매에 들어간다.

11월 6일 보문지점 수매에 이어 10일·24일 개포지점, 11일·18일·25일 호명지점, 19일·26일 감천지점, 13일·20일 보문지점, 14일·21일·28일 상리·하리지점에서 수매(오전 9시 30분부터)할 예정이다.

<권오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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