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예천
내 고향 예천
  • 예천신문
  • 승인 2002.01.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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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장광덕 씨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잠시 눈을 돌려 창 밖을 보노라면 계절은 흘러 어느덧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낙엽진 거리의 사람들은 긴 코트 깃을 세운채 총총한 발걸음으로 저마다의 갈 길을 재촉하고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들의 앙상한 가지에서 공허한 계절인 이 겨울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이 때 소박한 소시민은 어느새 잊고 지냈던 유년 시절 속의 고향의 옛 모습들을 떠 올려 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유소년 시절을 보내게 되고, 청장년으로 성장하여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나름대로의 바쁜 생활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오게 되는 것이 우리네의 삶이지만 귀밑 머리에 때 이른 서리가 내리는 불혹의 나이를 넘어 서노라면 웬일인지 그동안 잊고 지내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가끔씩 아련히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산이 높고 물이 맑으며 예부터 충효(忠孝)의 고장으로 이름난 조그만 전원도시인 내고항 예천. 늘 성실하고도 소박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미소를 잊지 않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처럼 항상 풋풋한 흙냄새로 내 동심과 육체를 키워 주었고, 내가 그리울 때 언제나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고 포근하고도 따뜻하게 나를 감싸주던 내 고향 산천.

봄이면 때묻지 않은 순박한 동네 동무들과 뒷동산에 올라서 진달래 꽃잎을 따먹으며 잔디밭에 뒹굴기도 하고 여름이면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흐르던 동네 앞 냇가에서 물장구 치면서 물놀이도 하면서 순박한 꿈을 키웠던 천진난만했던 유년시절.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은 어린 저에게는 많은 호기심으로 다가왔고 다정하신 선생님들의 사랑과 관심은 저에게 많은 꿈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방과후에는 책가방은 방 안으로 던져 놓고 곧장 들판으로 달려나가 소를 먹이기도 하고, 씨름도 하면서 산천을 달렸으며, 가을이면 들판에서 메뚜기도 잡고, 참새와 숨바꼭질을 하였으며, 겨울이면 하얀 눈길을 달려 눈썰매도 탔으며, 그 외에도 텃밭에서 딱지치기, 제기차기, 구슬치기, 자치기, 연날리기, 갈생, 고상받기, 까기 등 그 시절 동심의 세계는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수구초심(首邱初心)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꿈을 지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예천을 떠나 계신 출향인들의 가슴 속 저 밑바닥에는 항상 정감 넘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그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있을 수 없듯이, 지금도 묵묵히 흙 속에서 땀방울을 흘리면서 고향 땅을 지키고 가꾸시는 고향분들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금(昨今)의 세상은 산업화 정보화의 과정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모, 발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고 영원히 우리네의 가슴속에 자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 즉 향수(鄕愁)가 아니겠습니까?

따뜻하고도 순수한 정을 함께 나누며 우리 이웃들을 사랑했던 우리들의 고향인 예천에 대한 아름다운 향수에 젖어 본다면 우리들의 삶은 풀잎 위의 깨끗한 아침 이슬처럼, 보다 더 아름답고 참된 모습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발전되어 나아가리라 생각해 봅니다.

창밖에는 어느덧 겨울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잠시 하던 일 멈추고 항상 동심 속에 수채화로만 남아 있는 우리들의 고향 풍경을 회상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문경여고 교사, 예천읍 용산리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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