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번호: 6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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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천신문
  • 승인 1999.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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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 : 낙산사에 내리는 비
호수번호 : 12042
내용 : 불씨 하나가 화근이다
화근도 길일을 찾던가
청명, 한식인 날

일흔 넘은 노인이
불씨로 성묘를 올렸는지
그 화근이
멸문(滅門)처럼 문중산을 휩쓸고
매캐한 연기에 눈물자국만 지우고 선 비문(碑文)
이 가문에 관하여 사람들이 말할 때
김 노인 가슴에 홧증 오래도록 탈 것입니다
광기도 도지면 하늘로 닿는지
토악질 해대던 불길이
내를 건너뛰어 갈구리 뒷산
매봉의 허리를 거머쥐고
미친년 널뛰듯 한다는 말 들어만 봤지
아랫도리 질금거리는 요실금으로 그 불춤
망연히 지켜만 보았습니다
갈구리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산불감시 방송 차가
칠월 땡볕
요절 속으로 뛰어드는
보리매미처럼 숨을 할딱거립니다

부처님도 별수가 없으셨는지
천년 사찰을 불 보시로
영화도 한순간으로 비워 낸 낙산사
뼈를 녹여 울음 놓던 동종의 다비(茶毘)
생가슴마다 뜨거운 못질 해대던
불국정토가

어제는 花陰(화음)에 젖고
오늘은 는개비로 저뭅니다

<임대수, 한내글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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